'비자금 역풍'·기대 못미친 쇄신···이시바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자민·공명연합도 과반달성 불투명
비자금 스캔들에 목표치부터 낮춰
공천 오락가락·내분 등 쇄신 퇴색
내년 선거 전 책임론 거세질 수도
연정확대·野세력 강화등 변화일듯
이달 1일 출범한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정권이 27일 중의원 선거(총선)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비자금 스캔들’ 역풍 속에 ‘여당 내 야당’ ‘쇄신’을 내걸고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취임 후 최단 기간(8일)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선거 기간 집권 자민당은 비자금 이슈를 둘러싼 공천 갈등, 파벌 중심 활동 등의 문제로 한계를 드러냈다. 선거전 초반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실패’라던 여론조사의 관측은 선거에 임박할수록 ‘자민·공명 연립’으로도 과반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최악의 전망으로 악화한 상태다.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로서는 참패 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전에 자민당 총재 선거를 다시 치르는 초강수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NHK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전역에서 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총 465석의 주인을 뽑는 제50회 중의원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여당의 과반 의석(233석) 확보 여부에 모아졌다. 선거 전 자민당의 의석은 247석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50석 전후의 의석 감소가 관측되며 단독 과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네 차례의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자민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도 현재의 32석에서 30석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돼 자민·공명 연합의 과반 달성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초반부터 ‘과반 붕괴’ 패색=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의석 감소’를 예상하고 출발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선거 목표 의석수를 자민·공명 합계 ‘과반 의석’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자민당 단독 의석수보다도 적은 수치다. 그러나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비자금 사태에 대한 당의 대처가 늦은 데다 관련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둘러싸고 이시바 총리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쇄신’ 이미지도 퇴색됐다. 관련자들에 대한 공천 배제 및 비례 중복 출마 불허 같은 조치가 내려졌지만 이 과정에서 파벌 간 내분이 심화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선거 막판 공천 배제 인사들이 대표를 맡은 지부에 당에서 2000만 엔씩 지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국민 속이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자금 문제가 있었던 의원들이 출마한 총 44개 선거구가 선거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불만에 내각 지지율 최저=당초 이시바 총리가 최단 기간 중의원 해산에 나선 데는 ‘내각 출범 초 허니문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출발 한 달도 안 돼 데드크로스 상태에 놓였다. 아사히신문이 19~20일 전국 유권자 1만 9633명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시바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이 3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39%)을 밑돌았다. 아사히신문이 내각 출범 직후인 이달 1~2일 실시했던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지지한다’가 46%, ‘지지하지 않는다’가 30%였다. 미흡한 당 쇄신 조치에 더해 고물가 대책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이 지지율로 나타난 것이다.
◇이시바 책임론, 실패 마지노선은=이시바 총리가 내건 목표로만 보면 자민·공명 합계 233석을 확보하면 이번 선거는 ‘승리’가 된다. 바꿔 말하면 47석 이상 의석이 깎이면 ‘패배’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박한 잣대로 실패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자민당이 171~225석을 확보해 단독 과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33석을 만들기 위해 연정 대상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했던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도 당 차원에서 염두에 두고 있어 ‘무늬만 쇄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자민당 내에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선거의 얼굴’을 내세우며 새 지도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의원 선거에서의 ‘선거의 얼굴’로 선택된 총리가 그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냈다면 여당 내에서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까지 갔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그를 지원했던 옛 아베파, 아소파 등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야당 목소리 커지나=이번 선거로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까지는 아니지만 야권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최대 150석까지 의석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각각 43석, 7석을 쥐고 있는 두 당은 자민·공명 연합의 새로운 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둘 모두 아직은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책 사안별로 부분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도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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