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더 복잡해진 최태원 이혼 대법, 2심 판결 수정 다시본다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쟁점
이혼소송 상고심 영향에 관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문을 재판부가 경정(수정)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추가 심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으면 이달 말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검토 결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심리 중인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한 최 회장 측 재항고 사건 심리불속행 기한이 지난 26일로 종료됐다.

심리불속행은 민사·가사 등 사건에서 하급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대법원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상고심 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은 상고 기록을 접수한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심의 경정에 대한 최 회장 측 재항고 접수는 지난 6월 25일 이뤄졌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 2주 뒤 최 회장 측 지적에 따라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을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2심은 다만 이 같은 경정은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오류일 뿐으로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재산 분할 비율 등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의 근거 등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판결문 경정에 불복하는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 분할 비율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법원이 재항고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경정 재항고 사건에 대한 심리를 마치고 이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정 재항고 사건과 이혼 소송의 쟁점이 다른 만큼 한 사건의 결론이 다른 사건의 결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경정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먼저 나와야 이혼 소송 상고심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대법원이 협의를 거쳐 경정 재항고 사건과 이혼 소송 판결이 같은 날 동시에 나올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이혼 소송 상고심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하고 있다.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