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선거 때 지역언론인과 맺은 협약,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2024 국정감사] 김동연·지역언론인, 지역언론지원조례·지역언론 실태조사 등 정책협약
2년 지났지만 뚜렷하게 진행되진 않아…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 "적극적인 지원책 필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6월1일)를 앞두고 김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현 경기도지사)는 지역언론인들에게 지역언론 활성화를 약속했다. 2022년 5월26일 당시 김 후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지역협의회(당시 의장 조성진)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는데 지역언론 지원 조례 제정, 지역방송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방송 콘텐츠 지원 정책 수립,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미디어 재단의 독립성 보장, 정확한 지역언론 실태조사 제도화 등 네 가지 내용이었다. 김 지사가 임기 반환점을 돈 가운데 당시 맺은 협약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제출 받은 해당 정책협약 진행 경과와 관련한 경기도청의 답변을 보면, 지역언론 지원 조례는 추진되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는 용 의원에게 “타 시도의 지역언론 지원 조례제정과 운영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단순한 재정지원을 위한 근거 마련보다는 한정된 홍보예산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실질적인 지역언론 역량강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김 지사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 언론노조와 면담을 추진했고 같은해 12월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와 '지역언론 육성 토론회'를 경기도의회와 함께 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지역신문발전조례와 '가칭 경기언론재단'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지역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 등을 만들어 깊이있는 기획기사를 지원하거나 언론인 재교육에 투자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렇지만 관련해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지역언론 지원조례를 실질적으로 만들어야 할 주체는 경기도의회인데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 관련 논의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지역언론이 행정을 감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언론이 경기도정을 비판했을 때 경기도가 비판을 이유로 광고비를 줄여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신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언론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기도 언론홍보위원회' 운영을 통해 정책홍보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객관성 확보를 통해 건전한 언론환경 육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11월23일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장민수 도의원은 “언론홍보위원회의 운영 근거나 심의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심의기준이나 심의내역도 공개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경기도 대변인은 “외부위원 숫자를 늘리고 외부기관의 위원 추천을 받겠다”고 답했다.
'지역방송 등 광역지자체 방송콘텐츠 지원 정책 수립'에 대해 경기도는 “경기고양방송영상밸리 조성, 디지털콘텐츠 생산 지원, 문화예술 플랫폼운영, 지역영상미디어센터 확대, 생활미디어스튜디어를 조성(소관부서 콘텐츠정책과, 예술정책과)하고 있다”며 “그 밖에 도정 보도자료 핵심 내용을 시각화한 뉴스콘텐츠 자료와 브리핑·현장취재 영상(GTV·유튜브) 등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대화동 일대에 진행 중인 고양방송영상밸리는 2026년을 목표로 지난 2021년 공사를 시작했다. 크기는 약 21만평으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의 두배 규모다. 영상 기획-제작-유통-소비-확산까지 방송영상 산업을 집적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주변에 일산테크노밸리, K컬처밸리, 킨텍스 제3전시장 등과도 연계된다.
'지자체 출자·출연 미디어재단 독립성 보장'의 경우, 경기도는 출자·출연한 미디어재단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있었지만 지난달 출연기관에서 해제됐다.
'지역언론 실태조사 제도화'에 대해서 경기도는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신문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해 경기도에 등록된 전 매체를 대상으로 정상 발행여부와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매년 말 도민들을 대상으로 도 정책 인지도, 매체별 광고 평가, 매체이용 행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는 경기도 등 지자체가 지역언론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력균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 의장(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선거 때 지역언론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건 지방자치나 지역분권 발전을 위해 지역언론·지역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증거”라며 “경기도의 지역언론정책이 더 합리화하고 재정적 지원이 전에 비해 나아졌다거나 지원조례가 강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경기도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나 정보공개·투명성은 더 나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의지와 공감대가 있더라도 지자체의 지역언론 지원이 실질적이려면 예산확보가 관건인데 한계가 있다”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과 정부의 언론·미디어 지원 정책과 예산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최근 이훈기 민주당 의원실에서 지역중소지상파방송발전기금 설치 등 지역방송지원4법을 발의한 것을 거론하면서 “이제야 추진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또 김 의장은 “일부 뉴미디어가 선정성, 극단적 편파성, 사실조작(페이크) 등 폐단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극단적 대립,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에 대해 아직까지 지자체의 관심 밖 사안인 것처럼 느낀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속칭 '중앙매체'를 넘어 글로벌 미디어, 뉴미디어로 자본 쏠림이 심하다”며 “내가 사는 곳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공정하고 깊이 있는 언론이 사라져도 된다거나 지방자치·분권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역언론·지역미디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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