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몬 정산 주기 연장’ 큐텐이 주도…자금 돌려썼나 수사

지난 7월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큐텐그룹이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 주기를 늘리기 위해 계열사와 정산대행 업체 간 계약 체결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렇게 정산 시기를 늦춰 마련된 자금을 부당하게 유용했는지 수사 중이다.

한겨레가 27일 확보한 ‘티몬 파트너스 정산대행 업무협약의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티몬은 플랫폼 운영사 ㄱ사와 2023년 3월부터 1년간 정산대행 계약을 맺었다. ㄱ사가 정산 날짜에 판매자 등에게 판매 대금을 티몬 대신 정산하고, 이후 티몬으로부터 원금과 수수료를 받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지난 4일 구영배 큐텐 회장 등의 구속영장에 이 부분을 주요 혐의 중 하나로 적시했다.

정산 주기 연장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데, 검찰은 정산대행 업체와의 계약이 계열사의 정산 주기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티몬은 이 계약을 통해 정산대행 업체의 정산일로부터 60일 이후 정산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수수료가 건당 2.83%였는데 계열사에 수수료 비용을 부담시키면서까지 판매금 정산을 미루고 그 자금을 큐텐이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티몬은 ㄱ사뿐 아니라 ㄴ사와도 정산대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산 주기 연장 계약이 티몬이 아닌 큐텐의 주도로 이뤄진 사실은 문건에서도 확인된다. 관련 협약 문건의 결재 승인란엔 티몬 대표가 없다. 결재 의견엔 ‘매출관리팀과 자금팀 요청으로 품의한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당시 재무관리는 큐텐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가 담당했다. 큐텐 본사는 큐텐테크놀로지와 계약을 맺어 계열사에 대한 재무서비스를 대행하도록 했다. 검찰은 관련자 전자우편을 확보해, 구 회장이 2022년부터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산 주기 연장 방안을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정산 주기 연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위시’ 인수 자금 등으로 흘러갔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계열사 대표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보강 수사를 거친 뒤 구 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