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약, 그리고 사회

2024. 10.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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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개발은 곧 인류의 진보와 연결된다.

전통 의학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약초의 발견, 19세기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와 아스피린의 발견,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약물이나 신기술이 적용된 전자약 개발까지. 그 시작은 생물학적 효과와 신체적 치료를 위해 등장했지만,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등 우리 사회에 다양한 파장과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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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개발은 곧 인류의 진보와 연결된다. 전통 의학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약초의 발견, 19세기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와 아스피린의 발견,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약물이나 신기술이 적용된 전자약 개발까지…. 그 시작은 생물학적 효과와 신체적 치료를 위해 등장했지만,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등 우리 사회에 다양한 파장과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약이 과학 연구의 산물이긴 하나 단순히 질병 치료의 도구만은 아니다.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 면허를 취득한 후 약국에서 근무하다가 약을 최종적으로 허가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공직에 입문했다. 우리 사회에 어떤 약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국민의 보건 환경을 더욱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약회사가 개발해 허가를 신청한 약이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규제 업무를 하면서 약이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자녀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희귀한 약을 찾아 세계를 헤매는 부모, 감염병이 창궐해 전 세계를 휩쓸 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공무원, 신약 개발이라는 사명을 띠고 몸 사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던 연구자…. 그들에게 약이란 사랑하는 이, 안전한 국가,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보물이었다.

공직에 있으면서 약이 우리 사회의 규범과 제도에 따라 정의되고 통제됨을 체감했다. 약은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지고, 불평등의 원인도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과학적인 규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광범위한 사회·문화·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약을 세상에 내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규제과학은 우리 국민의 보건 환경을 결정짓는 종합적인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약을 질병과 물질 개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현상과 그 영향을 고려하는 역할까지 고민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과거 질병 중심의 치료에서 환자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약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약물 치료의 중요 요인이므로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소통 방식이나 환자가 직접 약의 효과를 평가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환자가 의사와 약사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치료와 건강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서 약에 대한 정보와 선택권을 충분히 갖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해가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중요하다.

'사후약방문' '좋은 약은 입에 쓰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에 대한 속담들을 보면, 약은 수사적 의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나 대책이라는 뜻으로도 통용된다. 사람들은 고통 앞에서 약을 찾고, 닥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쓴맛을 감수하며 약을 삼킨다. 약이 우리 사회의 아픈 이들을 치유하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규제과학은 약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것이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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