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막은 거룩한 나라로” 예배 가장한 혐오…도심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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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연합 등 보수적 개신교 단체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열어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이 지난 7월18일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11쌍의 동성 부부가 동성혼 법제화 소송에 나선 것에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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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혼 합법화가 이미 제정된 서구국가에서는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만큼은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을 끝까지 막아내는 거룩한 나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적 개신교 단체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열어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이 지난 7월18일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11쌍의 동성 부부가 동성혼 법제화 소송에 나선 것에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사법부와 입법부가 뚫리게 되면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며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한다면 죄라고 크게 말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선 성소수자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도 쏟아졌다. 차별금지법이 다수의 역차별을 조장한다거나, 동성 부부 피부양자 인정과 동성혼 합법화가 인구소멸을 앞당길 것이며, 개정된 교과서가 동성애를 주입하는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들이 제작한 신문에는 공산주의 사상이 동성애에 영향을 줬다거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 도심으로 막바지 가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노골적인 혐오 발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7살 자녀와 함께 광화문에 나온 강진규(42)씨는 “온갖 혐오발언이 쏟아져 지상에 있다가 급히 지하 교보문고로 왔다”며 “광화문 일대는 가족 단위로도 많이 나들이하러 오는 곳인데, 누군가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발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사실을 모르고 궁을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는 임아무개(23)씨는 “역을 나오는 데만 20여분 걸렸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어 보행할 수 있는 길은 좁고, 사람들에 휩쓸려 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교계 안에서도 이날 집회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기독교인 모임 ‘무지개예수’, 섬돌향린교회 등 53개 단체와 개인 참여자 214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이 집회는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가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철 지난 음모론에 바탕을 두고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끔찍하고 추악한 죄악의 현장”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힘써 온 포용과 다양성, 인권 존중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집회로 세종대로(광화문부터 서울역 일대)와 여의대로(마포대교 남단부터 서울교 일대) 구간은 새벽부터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은 율곡로, 사직로 등 집회 장소 옆 차선을 가변차로로 운영했고 서소문로와 을지로 일부 구간은 일방통행으로 관리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주최 쪽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12만명이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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