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롯데→키움→상무→국대, 158㎞ 재능 드디어 꽃피우나…"1군에서도 제대로 못 했는데"

김민경 기자 2024. 10. 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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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추가 합격한 투수 이강준 ⓒ 고척,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그동안 1군에서 제대로 경기를 하지도 못했고, 군대에 있는 동안 조금 많이 성장을 해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완 투수 이강준(23)은 어린 나이에도 꽤 굴곡 있는 프로 생활을 했다. 일단 거의 해마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설악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kt 위즈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2년차였던 2021년 7월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이적하면서 첫 번째 변화와 마주했고, 지난해 1월 롯데가 FA 투수 한현희를 영입할 때 키움 히어로즈가 보상선수로 이강준을 지명하면서 3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강준은 키움에서 데뷔를 미루고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kt와 롯데, 키움이 이강준을 원했던 이유는 최고 구속 158㎞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재능이었다. 그러나 불안한 제구력이 늘 숙제로 남아 있었다.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kt 감독은 이강준의 재능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키워보고 싶어 했으나 단점도 뚜렷한 선수였기에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준은 1군 통산 32경기에서 1승, 1홀드, 23⅔이닝, 평균자책점 9.51에 그쳤는데, 삼진 13개를 잡는 동안 4사구가 43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력이 심각했다.

상무 입대는 이강준의 야구 인생에서 엄청난 전환점이 됐다. 올해 퓨처스리그 44경기에 등판해 3승, 11세이브, 8홀드, 47⅓이닝, 평균자책점 0.76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 7월 퓨처스 올스타 경기에 나섰던 이강준은 최고 구속 158㎞를 찍으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퓨처스리그긴 해도 삼진 37개를 잡으면서 4사구는 14개만 기록할 정도로 제구력도 눈에 띄게 안정됐다.

상무에서 맹활약은 국가대표 발탁까지 이어졌다. KBO는 지난 25일 '2024 프리미어12' 대비 훈련에 나설 추가 합격자 3명을 발표했다. LG 트윈스 좌완 손주영이 훈련 합류 직전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였다. 이강준을 비롯해 김시훈(NC) 조민석(상무) 등 투수만 3명을 더 뽑으면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했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이강준을 향한 기대와 관련해 "공은 빠른데 체격이 생각보다는 작더라. 불펜 투구를 할 때 내가 들어가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공이 빠르기도 빠른데 제구가 돼야 한다. 떨어지는 공에 얼마나 배트가 나오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강준은 갑자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 얼떨떨한 듯했다. 그는 "솔직히 군대에 있으면서 그렇게 크게 기대는 안 했다. 최종 훈련 명단 35명이 나오고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냥 부대에서 운동을 했다. 그러다 월요일(21일)에 쿠바전에 던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수요일(23일)에 대표팀에 25일에 합류할 거니까 짐을 챙겨놓으라고 들었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라서 기대가 많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강준은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 올스타에 참가해 158km짜리 패스트볼을 던졌다. ⓒ인천, 최민우 기자
▲ 이강준 ⓒ키움 히어로즈

이강준 스스로 자신의 구속이 강점인 것은 알고 있으나 제구가 안 되면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구속은 자신 있는데, 공이 빠르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 제구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도 구속을 더 내겠다는 욕심보다는 그냥 경기를 운영할 때 볼넷을 안 주고 그런 쪽을 더 신경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상무에 있으면서 영점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투구 폼도 거의 전면 수정하며 변화를 줬다. 이강준은 "스스로 개선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던지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그 포인트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까 그런데 상무에서 폼도 수정하고, 스스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포인트가 생겼다. 물론 2군이지만, 그러면서 기록에서도 차이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투구 폼을 많이 바꿨다. 과거에는 조금 난잡하게 다 분산시키면서 그렇게 던졌는데, 지금은 안정적이게 던진다. 홈에다 안정적으로 던져야 하니까 몸도 큰 움직임 없이 안정적이게 던져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점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도 홈플레이트에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 와서는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강준은 "캐치볼할 때 코치님께서 공을 때리는 방식, 그리고 체인지업을 던지는 방식을 알려 주셨다"며 훈련 기간 많이 배워 가는 것도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첫 태극마크와 함께 올 시즌을 제대로 보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강준은 "솔직히 입대하기 전에는 국가대표에 예비로 뽑히는 것도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1군에서 제대로 경기를 하지도 못했고, 그런데 군대에 있는 동안 많이 성장해서 좋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나름대로 잘 사용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내친김에 최종 28인 명단까지 도전해 보려 한다. 이강준은 "오고 싶다고 다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다. 내가 2군에서만 했기 때문에 1군에서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없지 않았다. 쿠바와 연습경기를 할 때 내가 해왔던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년 시즌 준비에 큰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대회에 간다면 타자를 압도하고 싶다. 또 내가 제구력이 많이 불안하다고 팬들께서 생각하실 텐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1년 동안 성장한 것처럼 자신 있게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강준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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