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과 협회의 갈등을 지켜봐야 하는 ‘불편함’ 언제까지?

김경수 기자 2024. 10. 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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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올림픽 이후 분위기 여전히 냉랭…시간 필요”
해결 능력 상실한 채 표류하는 협회에 비판 커져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2024 덴마크오픈(슈퍼 750)' 대회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파리올림픽 이후 2개월 만에 국제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대표팀 운영 등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후폭풍은 거셌다. 배드민턴협회는 국민의 공분 대상이 됐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까지 받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파장이 커지자 안세영은 한동안 말을 아낀 채 외부활동을 멈췄다. 국제대회인 일본오픈과 코리아오픈 대회에도 불참했다. 그로 인해 세계랭킹도 1위에서 2위로 밀렸다. 모두 안세영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차에 안세영이 대표팀과 함께 국제대회에 나선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소강 상태를 넘어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일까.

10월9일 경남 밀양시 밀양배드민턴경기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산 삼성생명 안세영이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과 감독 갈등에 해외 언론도 관심

결론적으로 양측의 갈등은 여전했다. 아니 더 심해진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안세영은 10월20일 덴마크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인 중국의 왕즈이에게 0대2로 완패했다. 대회에 불참했던 중국의 천위페이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는 탈환했지만 논란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 정상에 서는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 큰 실망감은 경기에 임했던 안세영과 코칭스태프의 냉랭하고 불편한 기류가 그대로 전해진 점이었다. 경기 중 쉬는 시간, 김학균 감독은 안세영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김 감독은 안세영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작심한 듯 시선을 바닥에 떨구기도 했다. 안세영도 마찬가지였다. 코치진의 지시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거나 물을 마시거나 등을 돌리고 모른 체하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에서 성지현 코치는 어정쩡한 상태로 어색함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외신 또한 주목했다. 영국의 한 매체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코치를 모르는 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국 매체는 "안세영은 한국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타임아웃 중 코치진과 마주하지 않았다. 안세영이 대응하기 싫은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매체 역시 "안세영이 코치진의 지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공항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10월22일 오후 5시쯤 안세영은 김 감독 등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했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따로 움직였다. 김 감독이 먼저 오후 5시35분쯤 입국장에 모습을 보였고, 안세영은 30분 후인 오후 6시쯤 나왔다. 서로 다른 게이트를 이용하면서 동선을 철저히 분리했다.

입국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안세영이 대회 도중 코치진 지시를 무시했다는 불화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딱 하나는 아직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서로 해야 할 것이 많으니 좀 기다려 달라. 조금씩 해결해 가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굳은 표정을 한 채 취재진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국회에선 안세영의 때아닌 '인사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이 안세영의 '인성'을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김 회장은 문체위 의원들을 향해 "이번 덴마크 대회에서도 (안세영이) 선배들이나 코치진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수를 관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회장이 자기 소속 선수, 그것도 세계적인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면 기분이 좋으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의원들이 "안세영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김 회장은 결국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10월13일 덴마크오픈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김학균 감독을 외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드민턴계, "억울한 측면 있다" 울분도

국감장에서 배드민턴협회장이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본 배드민턴인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론이 여전히 올림픽 스타인 안세영 선수 편에 서있는 상황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는 배드민턴계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 내부에 곪아있던 문제가 안세영 폭로 사건을 계기로 분출되고 있는 모양새 또한 사실이다. 협회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김택규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시도 배드민턴협회 및 전국연맹체 회장단은 9월23일 성명문을 통해 "모두 힘을 합쳐 우리 협회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일부 협회 부회장과 이사들의 입장문 발표와 (김택규 회장) 사퇴 촉구는 특정 기득권 세력 보호를 위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이렇다. 협회 일부 임원진이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는데, 협회가 이른바 '김택규 반대파'를 몰아내기 위해 10월11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추진하려다 문체부의 경고를 받고 취소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임시총회 안건에서 불신임 대상으로 거명된 배드민턴협회 임원은 부회장 5명과 차윤숙 이사다.

안세영의 파리올림픽 폭로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배드민턴계에는 여전히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내부 총질로 내홍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배드민턴팀 감독은 "이번 덴마크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안세영 선수는 작전타임 때 등을 돌리는 등 지도자를 '지도자'로 보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줬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보여주기엔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며 "세계랭킹 1위는 결코 혼자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협회를 넘어 한국 배드민턴에서 어떠한 목소리를 내도 국민들로부터 비난만 받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지도자들뿐 아니라 배드민턴 선수들까지 모두 '죄인'처럼 숨죽이고 있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협회 안팎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안세영 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당장은 세계랭킹 1위 자산인 안세영이 태극마크를 달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협회 정상화를 통해 흔들리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천천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한국 배드민턴의 최대 위기"라며 "선수와 감독 문제뿐 아니라 한국 배드민턴이 다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억측과 의혹만으로 안세영을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단과 전문체육 선수들, 협회와 전국연맹체 임직원 등이 모두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면서 "현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정상화를 통해 국민께 다시 사랑받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개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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