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B 교육에 24억여원 투입했지만···인증학교는 10% 미만

탁지영 기자 2024. 10. 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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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구 중구 대구초등학교 강당에서 4학년 정예원(왼쪽)·허채경 학생이 국제 바칼로레아(IB) 학생 탐구 발표를 하고 있다. 대구초는 지난 8월 대구 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11번째로 IB PYP 월드스쿨로 공식 지정돼 이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전국 시·도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을 위해 올해까지 스위스 IB 본부에 지급한 예산이 2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을 제외하면 IB 학교로 인증받은 학교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IB 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규모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학급에 쓰일 예산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IB 교육 예산 자료를 보면, 8개 시·도교육청(경기, 대구, 부산, 서울, 전남, 전북, 제주, 충남)이 올해까지 IB 본부에 연회비 등으로 지급한 예산은 24억11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8곳과 경북·인천·충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IB 교육에 투입할 예산 추계액을 합산해보니 181억8062만원에 달했다.

IB 프로그램은 주입식 교육 대안의 일환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토론, 발표 위주의 탐구 중심 수업을 실시하고, 논·구술로 학생을 평가한다. 도입 초기에는 국제학교, 특목고, 자사고를 중심으로 IB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2019년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이 처음으로 공교육에 도입했고, 2022년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공교육 IB 도입이 화두가 되면서 다른 시·도교육청에 확산됐다. 현재 강원, 경남, 광주, 대전, 울산, 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기 위해서는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교육기구인 IB 본부에 후보학교 신청비, 연회비, 컨설팅비 등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학교는 IB 본부로부터 관심학교 → 후보학교 → 인증학교 3단계로 승인을 받는다. 초·중학교의 경우 후보학교까지만 인증돼도 IB 학교로 정식 운영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는 인증학교까지 돼야 IB 학교로 인정된다.

올해 기준 대구를 제외한 9개 지역(경기, 경북, 부산, 서울, 전남, 전북, 제주, 충남, 충북)의 IB 학교(기초·관심·후보·인증학교 포함) 수는 각 지역 소재 초·중·고교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IB 교육 도입에 비교적 적극적인 경기 지역의 경우도 초등학교의 4.96%, 중학교의 9.83%, 고등학교의 7.6%만 IB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별 초·중·고교 수 대비 IB 학교 비율은 경북 1.09%, 부산 1.62%, 서울 6%, 전남 0.97%, 전북 4.06%, 제주 6.88%, 충남 2.51%, 충북 1.93%로 집계됐다. 대구는 22%였다.

9개 지역 중 인증학교가 있는 곳은 경기(고등학교 1곳)와 제주(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뿐이다. 대구는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5곳을 IB 인증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역 중에선 IB 학교가 특정 학교급에 몰려 있어 초·중·고 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곳도 있다. 대구 소재 중학교의 34.68%가 IB 학교이지만 초등학교(17.24%)와 고등학교(17.02%)는 이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과 부산은 IB 후보학교와 관심학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만 있고 고등학교에는 없다. 학교급간 도입 비율의 차이로 IB 교육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IB 프로그램 도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현행 대입제도와 연계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B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입을 준비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입시제도와 잘 연계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차근차근 제도 개선에 대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IB 교육은 도입 당시부터 교육 현장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며 “거액의 세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점과 대입제도와의 연계 등이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장에 안착하기 힘든 점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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