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하 실기론’에 “환자 더 아프게 한 뒤 약 처방하라는 격”

안태호 기자 2024. 10. 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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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일부러 굉장히 아프게 만든 다음 약을 주고 낫게 만든 뒤에 명의라고 말하라는 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금리 조정 실기론'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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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국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G20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환자를 일부러 굉장히 아프게 만든 다음 약을 주고 낫게 만든 뒤에 명의라고 말하라는 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금리 조정 실기론’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릴 때 괜히 좌고우면하다가 덜 올려서 지금은 (적극적으로)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걸렸다고 비판하는 부류가 있다”며 “금리를 많이 올려서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만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망가뜨린 다음, 금리 낮춰서 ‘이제 좀 덜 힘들지?’라고 말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물가를 잡으려고 했다”며 “미국보다 (금리를) 조금 올리면서도 물가를 2%대로 빨리 잡았다. 효과적으로 (물가를) 잘 잡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늦어져 내수가 침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은은 이달 11일, 3년2개월 간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인하(3.50%→3.25%)했다. 이에 앞선 지난 5월부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침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고금리’를 지목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통령실도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아쉽다”는 공식 입장을 내어 한은을 압박한 바 있다.

이 총재는 “7월 금리 조기 인하를 주장하는 분들은,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원까지 늘어나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주면서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금융 리스크 관리를 고려해 그간 금리를 동결해왔다는 얘기다.

그는 또 “금리를 먼저 내리지 않아서 내수가 나빠졌다고 말하는데, 3분기를 보면 정작 내수 지표는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내수 부문은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반면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성장률을 당초 예상치(0.5%)를 한참 밑도는 0.1%로 끌어내렸다.

시장의 관심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인 11월 금융통화위원회의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환율’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최근 2주 동안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 함께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고하게 성장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다소 빠르다”며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고려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이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터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환율이 오르게 된다.

한편, 이 총재가 전한 각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이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되든 공화당 후보가 되든 재정정책은 계속 팽창적으로 갈 것이고, 이것이 전 세계 금리 수준을 낮추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중국의 관계 변화에 따른 글로벌 밸류 체인(가치사슬) 분절화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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