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처키 불심검문 ‘고분고분’···경찰 ‘핼러윈 핫플’ 기동순찰[현장]

오동욱 기자 2024. 10.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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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12팀 소속 경찰관들이 26일 데드풀 분장을 한 김모씨의 모형 카타나를 살펴보고 있다. 오동욱 기자

“장난감 칼이라도 막 들고 다니시면 안 돼요.”

지난 26일 토요일 밤. 서울경찰철 기동순찰대 12팀 소속 경찰관들이 공포 영화 <사탄의 인형> 속 캐릭터인 ‘처키’로 분장한 20대 남성에게 말했다.

“네, 가방에 넣어 놓을게요.” 애써 준비한 분장 소품이라 억울할 법도 하지만 남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핼러윈 데이라서 들고 온 거예요.”

경찰은 핼러윈 데이를 앞둔 2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과 용산구 이태원 등 전국의 인파 밀집지역에 기동순찰대 약 660명을 배치·운용한다고 밝혔다.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성범죄 등 각종 범죄와 안전사고 발생 요인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날 홍익대 인근 지역에는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순찰대 27명을 포함해 경비·범죄예방·형사·교통 등 경찰 331명이 투입됐다. 오후 9시부터 동행해 기동순찰대와 동행해 홍익대 인근 번화가를 돌아봤다.

주말 밤을 맞은 홍익대 인근 거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영화나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친구·가족과 함께 선선한 가을밤을 즐겼다. 홍익대 정문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72)는 “지난 주하고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1.5배 이상 더 나온 것 같다”며 “평소엔 사람이 없어서 통 장사가 안 되는데 오늘은 조금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골목에서 빨간 분리대를 기준으로 우측보행을 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지방자치단체·경찰·자율방범·민간 경호업체 등에서 나온 사람들이 통행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총력을 벌였다. 압사나 ‘인파 쏠림’ 같은 사고 발생에 대한 불안은 느끼기 힘들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마포구 ‘잔다리로’ 앞에는 빨간색 분리대가 인도에 설치돼 보행자를 나눴다. 우측보행을 하도록 만들어 통행이 얽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 자율방범대원이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홍대거리’로 가는 건널목의 보행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확성기로 방송을 했다. “사람이 많습니다. 건너오시는 분들은 우측길로 보행해 주세요.”

경찰은 ‘홍대 어울림로’, ‘홍대거리’ 등 인파가 몰리는 거리에서 오토바이·차량의 진입을 통제한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오는 30~31일 이틀간 정오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사람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한해서다.

이 때문에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길 한쪽에 세워두고 음식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는 풍경이 벌어졌다. 입구를 막고 선 경찰관은 “지금은 집이나 가게가 이 구역 안에 있으신 분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한다”며 오토바이 운행자의 이해를 당부했다.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고 통제된 도로에 진입한 일부 기사들에겐 벌점·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배달 기사인 정모씨는 “오토바이를 큰길에 세워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럴 거면 아예 배달음식을 못 팔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줄줄이 잡히는 배달기사를 보며 기동순찰대는 “이곳은 원래 주말에 통행이 금지됐다”면서도 “입구 쪽에 펜스를 더 제대로 쳐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가 지난 26일 마포구 홍대문화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시민들은 경찰 통제에 협조했다. 영화 캐릭터인 ‘데드풀’ 분장을 한 김모씨(34)는 갑작스레 경찰에 검문을 당했다. 데드풀이 쓰는 무기인 카타나(일본도)와 권총 모형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놀라면서도 “재작년 사건(10·29 이태원 참사) 이후 나름 경찰이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다”며 “흉기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억울하기보다 필요한 일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1대장 김용혁 경정은 “순찰을 통해 시민 안전의 위협 요소를 즉각 조치하고 있다”며 “핼러윈 동안 홍익대·이태원 등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나머지 서울 전역은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순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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