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하며 웃어줬으면 좋겠어...” 국민배우 김수미, 오늘 발인 후 영면

최보윤 기자 2024. 10.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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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고(故) 김수미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죽을 때까지 사고 치고 가는구나’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애도하는 자리가 아니라 추억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슬픈 느낌은 아니다. 내 사진을 딱 봤을 때 웃었으면 좋겠다”

지난 25일 고혈당 쇼크사로 갑작스레 대중 곁을 떠난 ‘국민엄마’이자 ‘수미누나’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가 6년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김수미는 후배 예능인들이 찍어준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쓰겠다며 한 말이다.

빈소에 마련된 영정 사진은 그때 그 사진은 아니었지만, 김수미가 말해왔던 것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캐릭터 포스터로, 목도리에 털장갑을 낀 볼빨간 소녀 같은 모습이다. 동명의 웹툰 원작으로, 김수미는 평생을 아낌없이 주다 기억을 잃어가는 역할. 언제나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김수미는 영화 이전에도, 영화 이후에도 평생 아낌없이 대중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었다.

김수미 영정사진으로 쓰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평생 아낌없이 주기만 한 당신이라는 글이 쓰여있다.

30대에 할머니 분장을 하고, 거침없는 욕쟁이로 분하기도 하고, 유명 쉐프들에게까지 자신만의 레시피를 탈탈 털어 전수했으며, 쉽사리 하기 어려운 말도 돌직구로 꽂아내리며 요즘 판 ‘대신 전해드립니다’처럼 나서주기도 했다.

미국식 히어로물 여전사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김수미는 히어로처럼 자리 잡았다. 이런 누나, 언니, 친구가 있었으면 하게 만들었던 그녀. 김수미에 붙는 호칭은 대체로 누나 혹은 선생님이었지만, 어쩌면 가족을 위해 헌신한 우리네 엄마 모습 그 자체 아니었을까.

김수미는 자신의 사진을 보며 웃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빈소는 통곡으로 이어졌다. 김수미가 웃음을 주기 위해 통곡했을 시간을 팬들과 동료, 선후배들이 대신 울고 있었다. 발인식은 27일 오전 11시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됐으며,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에 위치한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안치된다.

김수미의 아들이자 나팔꽃 F&B 정명호 이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나의 어머니이시면서, 오랜 시간 국민 여러분들께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님께서 오늘 오전 7시 30분 고혈당쇼크로 세상을 떠나셨다.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연극 ‘친정 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주시기 바라며, 나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애도해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1949년생인 김수미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MBC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을 맡으며 국민 배우로 큰 사랑을 받은 김수미는 지난 4월 6일 개막한 뮤지컬 ‘친정엄마’의 주인공 봉란 역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또한 최근까지 tvN STORY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 출연하는 등 방송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김수미의 빈소에는 김영옥, 김용건, 박원숙, 최명길, 신현준, 유재석, 염정아, 조인성, 최지우, 박은수, 김형준, 서지혜, 유동근, 전인화, 김희철, 정준하, 임호, 송옥순, 전혜빈, 이효춘, 박지영, 지숙, 이두희 등이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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