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기후위기 앞에서 입장 갈린 이유는?[기후로운 경제생활]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 2024. 10.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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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핵심요약
202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제모을루가 말하는 기후변화
21년 9월 '기후변화는 경제학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통해 견해 밝혀
고전 경제학에서 당연했던 관점이 대폭 수정되어야 할 것을 역설
막대한 투자 통한 청정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 제안, 현 미국 IRA법과 유사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견해 비판하기도

◆ 홍종호> 다음 소식 넘어갈까요?

◇ 최서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기후변화 대책에서는 갈린다."

◆ 홍종호> 올해 노벨상, 우리나라는 한강 작가의 문학상 수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죠. 정말로 뜻깊은 소식이었다고 생각해요. 최 기자는 우리 프로그램 주제에 맞게 경제학상 수상자를 보신 것 같은데 늘 이렇게 학구적이셨나요?

◇ 최서윤> 경제학자인 교수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일단 짚어드리면요. 대런 아제모을루 미 매사추세츠 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예요.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있어서 사회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얻었습니다.

저희가 '기후로운 경제생활'인데 제가 이 경제학상 수상 소식만 가져올 수는 없잖아요. 셋 중에 대런 아제모을루 교수가 기후변화에도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기후변화 관련해서 쓰신 글이 있는데 저희 프로그램과 딱 맞더라고요. 교수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 홍종호> 좋습니다. 이번에 받은 세 분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분은 아무래도 아제모을루 교수세요. 이분이 제도나 정치 구조, 포용성, 민주주의 이런 것들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경제학자가 이 두 가지를 연계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200년에 걸친 광범위한 데이터를 구축을 해서 연구를 시도한 거죠. 그런데 워낙 아제모을루 교수가 경제학 분야에서도 발이 넓습니다. 기후에 대해서도 본인이 아주 엄밀한 학문적인 어떤 학술 이런한 논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편 글이 있었던 거 같은데요. 한번 소개해 주세요.

◇ 최서윤> 네. 일단 2021년 9월에 쓴 글이고요. 제목은 '기후변화는 경제학에 무엇을 요구하는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후변화라는 미래 도전 과제에 경제학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본인의 견해를 되게 솔직하게 서술한 것 같아요. "그동안 경제학에서 고전 경제학에서 당연했던 많은 관점이 수정이 될 건데" "기후 문제 때문에 경제 성장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려면 주류 경제학이 새로운 기후 현실에 맞춰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장을 던졌어요.

제가 봤을 때 아제모을루 교수가 드러낸 첫 번째 관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경제 성장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는 점입니다.

◆ 홍종호> 경제학자 입장에서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성장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나 큰 거를 잃어버리는 것이에요. 실제로 성장이 이루어져야 사람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이건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국가의 성장이 너무 중요한데 탄소 배출을 많이 하니 이거를 줄여라. 그것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과연 그것이 개도국의 국민들에게 적합한 정책이냐. 더 나아가서 정치적으로 이러한 식의 접근이 용인되겠는가. 이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더 설명해 주세요.

◇ 최서윤> 네. 성장과 기후변화, 공존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산업에투자를 많이 해야 된다. 아주 막대한 투자를 해서 속도를 내야 된다. 관련해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변화를 급진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저는 이렇게 읽었어요.

정책적으로도 탄소세 부과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조금 인센티브 제공해서 청정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유도를 해야 된다. 그렇게 해서 기후 변화가 재앙적으로 치닫는 걸 막아야 된다. 이런 아이디어였어요.

◆ 홍종호> 얘기를 들어보니까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딱 떠오르네요.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지 실제로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 법인가를 살펴보면 84%의 투자액, 3690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연방 정부 투자액이 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 분야에 집중 투자되는 겁니다. 우리가 잘하는 재생에너지, 풍력 태양광 또 전력 송전망을 재구축하고 청정산업 배터리, 전기차 쪽에 막대한 보조금을 줄 테니 열심히 해서 투자해서 일자리 만들라고 하는 겁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물론 일자리 자체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기후 대응에 가장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받아서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통한 기술 혁신, 기술 투자, 탄탄대로의 이행 이런 것들을 현실에서 실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최서윤> 이때가 아무래도 바이든 정부 취임 초이기도 하고 같은 맥락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홍종호> 이 글이 2021년에 나왔고 그 법이 2022년도 8월에 통과됐습니다.

◇ 최서윤> 코로나19 팬데믹 끝나고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 많이들 이야기할 때였잖아요. 그래서 아제모을루 교수가 이런 예시도 듭니다. 예를 들어서 코로나 기간에 항공 산업이 많이 무너졌으니까 이걸 부양하기 위해서 앞으로 막대한 양의 공적 자금이 투입될 건데, 그걸 기회를 삼아서 항공산업의 청정한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전에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먼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분이 따로 계세요.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도 예전에 2018년에, 즉 이 글이 쓰이기 3년 전에 수상을 했었는데 아제모을루 교수의 글은 노드하우스 교수의 관점을 비판한 글이에요. 아제모을루 교수가 보기에는 기후변화와 경제 성장 관련해서 노벨상까지 탔던 노드하우스 교수가 기후변화 대응에 너무 점진적이다, 그렇게 하면 기후변화 대응 못한다, 약간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경제학자들은 아무래도 성장이라는 게 멈추면 안 되니까 기후변화 대응과 같이 갈 수 있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건데요.

◇ 최서윤> 2022년 UN IPCC 6차 보고서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필요하다면 선진국들은 디그로스(De-Growth), 즉 탈성장이라도 해야 된다. 방금 경제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아이디어까지 급진적으로 나온 만큼 기후변화 대응이 심각하고 위급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사회적 설득을 시켜주셔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홍종호> '디그로스'라는 용어를 IPCC 보고서에 담은 건 아마 과학자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경제학자들, 특히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 '디그로스'라는 말을 거의 금기어처럼 하고 있어요. 성장을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건 너무나 많은 것을 잃는다라고 생각을 하죠.

노드하우스는 제 수업 시간에 맨날 등장하는 분이죠. 아무래도 1970년대에 이 분야 최초의 논문을 쓰기도 했고요. 탈탄소와 경제 성장을 연결시키는 이런 식의 논문을 쓰기도 했고. 어찌 보면 기후변화 경제학의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아제모을루 교수는 노드하우스가 노벨상을 받은 이후에 6년 뒤에 받았네요. 후발 주자는 선발로 가는 학자를 또 비판을 해야 되는 거니까, 비판의 관점이 지금 제가 들어보니까 지나치게 안이하게 봤다는 건데요.

기후변화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고 다음 세대에게 미칠 피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클 수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적극적인 정책 중에서 이른바 내생적 기술 진보라고 하는 기술 혁신이 가져다주는 파급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쪽에 대한 정부의 경제 주체들,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유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노드하우스의 주장은 저도 일정 정도 안이하다고 봐요. 노드하우스는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탄소세를 먹이더라도 너무 과도하게 먹이는 것은 지양하자. 이런 식의 뉘앙스들이 있어요.

탄소세의 세율을 필요한 대로 적극적으로 매기기만 하면 기업들로서는 탈탄소를 가지 않으면 너무나 많은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를 해야 되니까 새로운 기술로 가겠죠. 청정 기술도 빨리 개발하고 배터리도 나오게 하고 전기차도 만들어서 탄소 배출을 안 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아제모을루는 양쪽을 다 해야 된다. 채찍도 필요하고 적극적인 당근도 필요하다, 라고 주장해서 차별화를 보이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해석해 봅니다.

◇ 최서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소개해드릴게요.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비지트 배너지 MIT 교수랑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도 공동저서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있더라고요. 확실히 경제학자들의 기후변화 관련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어요.

주로 기후변화와 불평등에 대해서 언급했어요. 온실가스 대부분은 부유한 나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재화를 생산할 때 나오는 건데,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비용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다 치르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어요. 결국에는 근본적으로는 탄소 배출하는 이 소비 문화 자체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된다.

차량을 타면 전기차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작은 차를 타거나 아니면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삶의 패턴을 만드는 그러한 얘기들을 하고요. 그다음에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어요. 탄소 배출로 세금 걷는데 이걸로 재분배도 하고,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거랑 일맥상통해요.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전환과 청정 기술 개발을 선진국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분배해요.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갈 수 있는 점을 고민해야 된다는 얘기했어요.

◇ 최서윤> 특히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1인당 GDP를 높이는 게 반드시 바람직한 건지, 물질적 소비를 후생으로 삼아온 지금까지 다가온 경제학이 맞았던 건지에 대한 자성이 보이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이런 고민에 직면하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하면 통계청이 인플레이션, 우리 물가 지표를 계속 발표하잖아요. 올 초부터 인플레이션 진정됐다고 했거든요. 봄에서 여름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2%대로, 물가 이제 잡혔다고 했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과일, 채소 너무 비싸니까 사람들이 실감을 전혀 하지 못했고요.

그다음에 이것도 되게 특이했어요. 기획재정부가 올봄부터 우리나라 수출 늘고 경제 활력 좋다. 그러면서 내수도 곧 회복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6개월이 넘도록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말을 계속 쓴 거예요. 그럼 도대체 내수 회복은 언제 되는가. 수출 증가와 그로 인한 GDP의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 내수가 여전히 침체돼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소비가 절대 증가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GDP로 지금까지 경제를 많이 평가했는데 깨끗한 공기, 상쾌한 날씨, 신선한 제철 음식과 같은 것들은 GDP라는 그 숫자에는 담기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의 경제 성장과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GDP 같은 지표가 우리 삶과 괴리가 점점 커져서 바꿔야 된다와 같은 목소리가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을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고민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홍종호> 중요한 말씀 해주셨어요. 농산물 발 인플레이션. 벌써 올해 우리 국민들이 아주 뼈저리게 겪고 있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죠. 또 GDP가 더 이상 경제 규모를 보여줄지언정 삶의 질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는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지적은 이미 주류 경제학계에서도 많이 나와 있고요.

작년에 노벨상을 받은 그 MIT 교수 두 분이 개도국에 대한 연구로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도국에서의 기후변화 문제로 얼마나 개도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큰지를 아마 눈으로도 많이 목도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현지에 가서 연구를 많이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홍종호> 아제모을루 교수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코멘트를 하나 드리면, 제가 몇 년 전에 한번 미국에, 학회에 갔다가 이분이 발표하는 세션에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세션이 꽤 중요한 주제를 다뤘어요. 디지털 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모인 자리였어요. 거기에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도 그 자리에서 발표를 했거든요. 노벨상은 이미 오래 전에 받았고 천재로 알려져 있는 분이죠.

저는 발표 순서에서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당연히 리딩 발표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제모을루 교수가 먼저 발표하더라고요. 그것도 본인이 직접 발표도 안 하고 젊은 공저자를 발표 시키고 자신은 그 앞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아 지금 뜨는 학자는 이 사람이구나. 스티글리츠는 이제 약간 지는 해. 그런데 뜨는 해 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미국 학계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고요.

어쨌든 아제모을루 교수는 기후변화 연구가 본인의 핵심은 아니죠. 그렇지만 저는 여기서 주장한 바가 하나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봐요. 이 기술이 실제로 가져다주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은 중요하다. 기존의 많은 기후경제학들이 얘기하는 탄소세 부과나 타 국가에 대해 일정한 무역 규제를 가하는 방식과 더불어서 하나의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국이 사실은 엄청난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도 청정 산업, 청정 기술에 굉장한 투자를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주는 시사점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최서윤>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속적으로요.

◆ 홍종호> 그럼요. 일관되게 그렇죠. 제발 경제를 정치로부터 탈출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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