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깐깐한' 노력… 유럽에서 만난 친환경놀이터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이지민 기자 2024. 10.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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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자연을 담은 놀이터, 놀이터를 담은 스위스”

친환경 어린이 놀이터를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방문한 스위스 베른. 지난달 25일 눈이 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 스위스 베른 스피플레즈 몬비유파크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광장과 나무로 지어진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고 있었다.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 서로 그네를 밀어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은 이날의 햇살만큼이나 밝았다. 이런 아이들 발밑에는 독일과 같이 우드칩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놀이에 빠져들었다.

스위스 베른 한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민경찬PD

■ ‘우드칩’ 놀이터 사이 눈에 띄는 스위스 ‘코르크 바닥재’ 놀이터

스위스 역시 독일처럼 유럽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우드칩을 활용해 놀이터를 조성하는 곳들이 많았다.

그러나 스위스 베른에는 놀이터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드칩을 이용한 놀이터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은 바로 ‘코르크 바닥재 놀이터’였다.

베른 북쪽에 위치한 아레그 킨더 스피플레즈. 이곳은 나무 미끄럼틀 아래 우드칩 바닥재가, 그네 아래엔 코르크 바닥재가 조성돼 있었다.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앉고, 이내 보슬비를 뿌리기 시작한 이날 오후, 대여섯명의 아이들은 양쪽을 오가며 놀고 있었다. 대략 두세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그네를 타기도 하고, 집에서 가지고 나온 장난감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살짝 내린 비에 그네가 미끄러워 넘어진 한 아이는 코르크 바닥을 두 손으로 집어 일어섰고, 아이의 부모는 먼저 달려가 손을 내밀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며 한 단계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베른 북쪽에 위치한 아레그 킨더 스피플레즈에는 코르크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지민기자

아레그 킨더 스피플레즈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할렌바드 윌라센터 내 어린이 놀이터. 수영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이 놀이터는 커다란 고래 조형물이 어린아이들과 취재진을 반겼다. 이곳 또한 코르크를 바닥재로 사용한 모습이었다.

내리는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아이들이 하나둘 놀이터를 떠나 고요해진 놀이터는 잠깐 든 햇볕에 언제 비가 왔었는지 모를 만큼 뽀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코르크 위를 누비는 동안 비는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느낌을 줬다.

할렌바드 윌라센터 내 어린이 놀이터에는 모래와 코르크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을 메우고 있다. 이지민기자

■ 어린이 놀이터에 안성맞춤 ‘코르크’

스위스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코르크를 사용한 데는 여러 장점이 고루 작용했기 때문이다. 코르크 바닥재는 코르크 나무 껍질에서 추출된 자연 소재로,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재생 가능하다. 덕분에 사람의 피부에 닿거나 외부에 노출됐을 때 안전하며, 특히 면역 체계가 아직 덜 완성된 성장기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다.

코르크 바닥재는 물 흡수가 빠른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물 흡수가 빨라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물을 가지고 놀아도 미끄럽지 않으며, 비가 온 다음에도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가 놀 때 깨끗하고 깔끔한 환경 유지가 가능하다.

또 물과 곰팡이에 강한 코르크에 흡수된 물은 미세한 틈으로 증발해 습기를 머금지 않아 유지 기간이 길다. 이런 특징은 기후 변화가 심한 스위스에 매우 적합하다.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인 충격 흡수도 뛰어나며, 자연스러운 질감 덕분에 미끄러짐이 적다. 코르크는 우드칩과 매우 유사한 성질을 지녔지만, 코르크로 된 놀이터 바닥은 우드칩과 달리 고정돼 있어 최근 놀이터 바닥재로 더욱 각광 받고 있다.


■ “안전 기준, 어린이 보호에 있어서 적당히는 없다”

스위스 베른에서 어린이 놀이터를 중점적으로 조성하는 토목기사 팀 멜리씨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 어떠한 안전 기준도 '적당히'는 없다"고 말했다. 이지민기자

스위스 베른에서 어린이 놀이터를 중점적으로 조성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는 토목기사 팀 멜리씨는 “유럽의 어린이 놀이터 기준이 까다롭지만, 무조건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팀 멜리씨는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놀이터를 조성하는 건 수많은 기준과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 안에는 여러 부문이 있는데, 그중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 안에는 놀이시설의 안전성은 물론 바닥재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도 고려된다. 바닥재로 사용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안전한 소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유해성, 안전성, 충격 흡수성 등을 모두 고려해 몇 가지 소재로 추려지는 데 우드칩과 코르크가 가장 좋은 소재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놀이터를 조성하는 업체에 소속된 토목기사로서 그 책임과 무게가 막중하다”면서 “수많은 안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둬야 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러한 기준들이 있어 놀이터 조성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신경을 쓸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가 노는 곳은 놀이터가 아니라도 기준이 깐깐해야 한다”면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안전 기준도 ‘적당히’에 그쳐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변화를 위한 노력…스위스의 친환경 놀이터

베른 북쪽에 위치한 아레그 킨더 스피플레즈에는 우드칩과 코르크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지민기자

스위스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인식이 높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스위스의 사회적 분위기에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코르크를 사용하는 것이 기존의 비환경적인 재료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스위스 연방 법률에는 소비자 보호법이 있는데,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규제를 포함한다. 이 가운데 어린이 놀이터는 공공안전법과 재해 예방법에 적용된다. 이러한 법령들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돕는다.

스위스 연방 건강국(FOPH) 지침에선 어린이 놀이터의 설계 및 설치 시 준수해야 할 안전 기준을 명시한다. 연령대별로 적합한 놀이기구 종류와 안전한 놀이 환경 제공을 위한 사용 연령 기준, 어린이들이 놀기에 위험한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고 제거하기 위한 위험 요소 관리 지침 등이 있다. 이러한 법률과 지침은 어린이들이 자국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하며 스위스는 이와 별개로 놀이터에 대한 정기 점검과 유지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스위스의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놀이터 조성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중요한 사회적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위스 시민단체 본네이처(Bornature)는 “어린이들이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놀 수 있도록 우리는 놀이터 바닥재에 더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코르크는 100% 생분해되는 자연 소재로, 부드럽고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 어린이들의 부상을 줄일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바닥의 온도를 낮춰서 뜨거운 바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코르크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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