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푹신 ‘우드칩’ 유럽 놀이터, 아이들을 품다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이지민 기자 2024. 10.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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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난 친환경놀이터

② ‘어린이 놀이터’ 선진 국가, 독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놀이터를 조성,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독일은 ‘어린이 놀이터’ 선진 국가로 꼽힌다. 독일은 자국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환경을 제공하며 꿈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이처럼 독일이 안전한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하고 선진 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까다로운 절차와 법 조항이 어린이 놀이터를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드칩을 사용해 조성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왈드스펠파크 스완헤임 공원 놀이터. 이지민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시가 운영하는 십여개의 공원에는 모두 놀이터가 설치돼 있다. 공원 안은 물론 강변을 따라 놀이터가 들어서 있었으며, 빌라와 주택가에 위치한 크고 작은 놀이터를 포함하면 더 많은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이 놀이터를 방문하기 좋은 환경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놀이터에는 여러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우드칩(woodchips)’이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쓰인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이었다. 아이들은 우드칩으로 만들어진 놀이터 바닥에서 뒹굴거나 우드칩을 이용해 새로운 놀이를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환경친화적 재료 우드칩은 자연 목재에서 나오는 조각으로, 프랑크프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터 바닥재 소재다. 우드칩은 뛰어난 충격 흡수성과 함께 자연 건조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있는 왈드스펠파크 스완헤임 놀이터 공원은 놀이터의 바닥재가 전부 우드칩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아이들이 노는 정글짐과 집라인, 미끄럼틀 아래 또한 우드칩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한 놀이터는 우드칩이 수북히 쌓여 있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끔 돕고 있다. 민경찬PD

독일에서 이러한 ‘친환경 놀이터’가 조성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데에는 유럽의 놀이기구 바닥재 안전표준(DIN EN 1177)을 엄격히 준수하고자 하는 범국가적 노력이 담겼다.

‘DIN EN 1177’은 유럽 놀이기구 바닥재 안전 표준이자 놀이터의 바닥재 흡수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어린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바닥재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는지에 따라 안전한 재질과 두께를 결정한다. 주 바닥재로는 우드칩, 모래, 자갈 등이 있어 이 표준을 통해 각 소재의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우드칩 바닥재는 일정한 두께일 때 최대 허용 추락 높이가 정해져 있다. 30cm 두께의 우드칩은 약 2~3m 정도의 추락 높이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보통 5~30mm 정도의 크기로 잘게 부숴진 나무 조각이며, 우드칩은 자연적으로 부패하거나 압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추가가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표준은 ▲학교 ▲공원 ▲놀이시설 등에 널리 적용돼 안전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한다. 해당 표준은 유럽 전역에 적용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놀이터 안전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와 인증이 필요하다. 이 표준에 따라 놀이터 조성 업체는 놀이터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 일일 시각 점검을 진행해야 하며, 3개월마다 안전성과 관련한 기능 점검, 연간 주요 점검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반면 현재 국내 놀이터의 경우에는 아이들 낙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소재별 충격 흡수를 놀이터 조성 전 검사하고 있지만, 조성 이후에는 검사 주체가 놀이터 조성 업체가 아닌 놀이터 소유주로 변경될 뿐만 아니라 놀이터 정기 검사에 대한 의무가 없다. 검사 주기가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놀이터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지 않을 시 벌금 납부에 그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원청 관계자 아드리안 바그너씨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지민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원청 관계자 아드리안 바그너씨는 “놀이터는 ‘조성’이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그너씨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놀이터를 만들 때에는 많은 책임이 뒤따른다”면서 “놀이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재는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은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고, 까다로운 기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곳 놀이터에 설치된 우드칩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활동하다 넘어질 때 충격 완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드칩이라는 소재를 상상했을 때는 나무껍질이기 때문에 얇고 날카로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바로 뛰어놀 수 있게 최대한 겉면을 부드럽게 만든다. 또 충격 완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반 나무껍질보다는 두께를 두껍게 하는 편”이라며 우드칩을 들어보였다.

이어 “이렇게 놀이터에서 사용되는 우드칩은 비교적 처음과 같은 상태를 오랜 시간 유지한다. 그러나 여러 번 충격을 흡수하면서 그 두께가 조금씩 얇아지기 시작하고, 1~2년 주기로 교체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다시 푹신한 우드칩 위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시에서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 중인 우드칩은 매우 부드럽고 푹신한 소재이면서 동시에 완충작용을 한다. 민경찬PD

바그너씨는 “독일 정부가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는 환경,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사용하는 소재는 우드칩이다. 우드칩은 자연 친화적인 소재인 데다 지속가능하며, 여러 신뢰받는 기관에서도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 소재로 인정받아 일반적으로 놀이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놀이터 모습을 본 바그너씨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많은 기준을 통과해 놀이터가 만들어지면 ‘관리’라는 새로운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면서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놀 수 있도록 놀이터 조성 업체와 시가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를 관리하며 모두 안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아동 교육·문화 전문가 키어스텐씨가 유럽 어린이 놀이터와 관련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지민기자

독일 아동 교육·문화 전문가 키어스텐씨 역시 “유해 물질이 가득한 폐타이어를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용도로 사용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목재나 코르크 종류와 같이 푹신하면서도 자연적인 소재가 대체재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놀이터 바닥재를 만든다고 알고 있다. 폐타이어 바닥재는 충격 완화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쓰이기엔 유해한 물질이 나올 수 있어 유럽에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소재”라면서 “독일에도 폐타이어를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로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사용 규제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관련 기준이 낮거나 없어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이 됐더라면 아이들을 그런 놀이터에 가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고, 놀이터 폐쇄 및 교체에 앞장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영상] 자연을 닮은 독일 놀이터, 노는 바닥이 다르다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15580396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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