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노래도 없는데 가격만 비싸다?…토종 음원앱 시대 저무나 [스프]

김종원 기자 2024. 10.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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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전 세계 딱 두 나라, 한국과 중국에만 있는 게 있습니다. 자국만의 토종 음원 서비스 앱 서비스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야 특수성이 있으니 제외한다면, OECD 주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자국의 음악 콘텐츠 시장과 플랫폼 시장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걸 갖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최근 정반대로 소비자들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서 유튜브 뮤직 서비스 불가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결국은 소동으로 끝났지만 이 사태에는 굉장히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K-갈라파고스이자 21세기 쇄국정책을 초래하는 정책에 대한 반감, 그리고 한국 토종 음원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외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갑자기 전 세계 음원 서비스 1위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도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팝의 나라에서 국산과 외산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숨 막히는 왕좌의 게임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무료 요금제, 그땐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이유

스포티파이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치면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점유율 고작 3%대로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 3년여 만에 이 판도를 한 번 뒤집어 볼 모양입니다. 그동안 한국에만 없다고 아쉬운 소리가 나왔던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구독 이용료 대신에 이용자가 광고를 봄으로써 나오는 수익을 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편화된 흔한 요금제입니다.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유튜브 뮤직도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런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소비자에겐 익숙한 이 음원 무료 요금제를 우리나라 소비자만큼은 그동안 맛볼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만 안 됐을까요? 

일단 첫 번째, 음악 저작권 단체가 무료 요금제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체부가 음원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가이드라인까지 정해놓는 등, 저작권 보호 개념이 비교적 강한 편입니다. 대표적인 저작권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 협회 측과 별도의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음원 수익의 65%는 저작권자들이, 나머지 35%는 유통한 음원 플랫폼이 가져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음원 무료 요금제 시도가 활발히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삼성이 직접 내놓았던 ‘밀크’라는 음원 서비스입니다. 갤럭시 S3가 팔리던 이 시기, 삼성은 자사 전화기에 밀크 앱을 기본으로 탑재하고는 무료로 음원 제공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무척 편리했지만, 이는 금세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음악저작권협회 측이 무료 요금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인 2014년 당시 음저협 관계자 인터뷰 내용입니다.
음저협 관계자 (2014년 10월 인터뷰)

"처음 밀크의 다운로드가 굉장히 많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아, 이런 류의 그 서비스 형태를 원하는 니즈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도 저희는 했거든요. 하지만 그것이 A부터 Z까지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진행되는 것은 저작권자들한테는 어떻게 보면 큰 손해가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반대를 하게 됐습니다."

(기자: 저작권료는 그래도 받고 계시잖아요?)

"저작권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저작권을 더 받겠다는 소리도 아니고요. ‘음악이 더 이상 무료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이 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음원 저작권 단체에서도 무조건 ‘절대 안 돼요’라고 몽니를 부리려고 한 건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콘텐츠 제작자보다 플랫폼 업체가 힘이 세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광고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료 요금제를 풀었다가 생각만큼 수익이 안 난다면? 아마 십중팔구 음원 사용료를 깎기 위해 저작권협회 측과 재협상을 하려 할 겁니다. 플랫폼에 콘텐츠가 완전 잠식이 되고 나면 힘의 논리에 의해 깎아달라는 대로 깎아줄 수밖에 없겠죠. 이 당시 멜론과 지니, 벅스 등 기성 음원 플랫폼은 무료 요금제가 없었습니다. 만약 삼성에서 무료 음원제를 하다가 음원 사용료를 깎아달라고 한다면 이들도 ‘우리도 깎아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음저협이 무료 요금제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겁니다.

두 번째 이유, 기업 입장에서도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였습니다. 사실 돈만 잘 벌린다면 아무리 음저협이 반대를 해도 기업이 잘 협상을 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도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가 돈이 안 되는 걸 넘어 무조건적인 손해라는 건 여러 경로를 통해 증명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광고를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2가지, 클릭당 광고비를 받는 CPC(Cost Per Click)와 1,000 조회수 당 광고비를 받는 CPM(Click Per Mille)입니다. 음원 서비스는 귀로 듣는 UI이다 보니 광고를 클릭하기에는 적합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1천 조회수 당 광고비를 받는 CPM 광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 CPM 광고의 단가가 지나치게 쌌습니다. 당시 음저협은 노래 한 곡을 1회 전송하는 데 3.38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 단가는 이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노래를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였습니다. 만약 시장이라도 컸다면 모르겠는데, 이 당시는 아직 K팝이 세계 무대에 데뷔하기 전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박리다매 효과조차 노릴 수 없다 보니 경영적으로 무조건 마이너스인 사업이었고, 리즈 시절이던 삼성조차도 3년 만에 철수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터줏대감이던 멜론과 같은 기성 음원 플랫폼의 눈치도 봐야 했을 겁니다. 이들은 낼 돈 다 내고 유료로 서비스를 팔고 있는데, 만약 무료로 고객에게 노래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불공정 거래로 문제를 삼을 여지가 굉장히 높았고, 정부에서도 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분위기였습니다. 따라서 기성 업체의 눈치도 어느 정도 보다 보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1위 음원 업체 스포티파이 역시 3년 전 한국에 진출할 당시 이런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3년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이번에 전격 무료 요금제를 내놓게 된 걸까요? 사실 3년이라는 이 시간 사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디지털 광고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광고 단가가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TV 광고 시장은 사실상 궤멸 상태입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광고 시장의 권력이 디지털 쪽으로 급격히 이동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디지털 광고로 음원을 충당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인식이 생겼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K팝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는 K팝이 아예 하나의 장르가 되면서 아이돌 노래뿐 아니라 오래된 한국 노래들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한대수 씨가 뉴욕 공연의 메카인 링컨 센터에서 공연을 하는 시대이니까 말이죠. 광고 요금도 올라갔지, 시장도 전 세계로 확대되며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 된 겁니다.

그런가 하면 스포티파이는 이번 무료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음저협 측과 음원사용료 관련한 재협상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저협이 무료 요금제에 맞춰 저작권료를 조금 깎아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깎아줬든 아니든, 10년 전 무료 요금제 강력 반대했던 음저협이 이번에 왜 생각을 바꾼 걸까요?

앞서 설명한 시장의 확대와 관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 국내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음악이 해외 나갈 일이 별로 없기에 음저협이 그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면 지금은 아니지요. 글로벌 플랫폼이 저작권자들에게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걸 음저협도 이제는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유튜브 뮤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 뮤직은 이제 명실상부 시장 1위 음원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사용자수로 따졌을 때 전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였던 멜론을 제친 지 꽤 됐습니다. 국내 사용자만 700만 명 이상, 해외 사용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다 보니 우리나라 저작권 협회 측이 경험을 한 겁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요.

이러다 보니까 토종 음원 플랫폼 업체들은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음원 저작권 단체가 해외 글로벌 업체들한테만 사용료를 더 싸게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음저협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다만 한 가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내는 수익이 더 많다는 걸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해외시장에서는 유튜브 뮤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1위 업체인 스포티파이에게 음저협이 이번에 재협상을 하며 음원 사용료를 조금 깎아 줬을 것이다라는 전망이 나오는 겁니다. 조금 깎아준다 하더라도 최종 수익은 훨씬 더 많을 테니까요. 이런 이유로 기업과 저작권 단체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대가 온 겁니다.

해외 플랫폼이 잘 나가면 안 되지..유튜브 뮤직 쫓겨난다?

이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인데, 공정위는 왜 유튜브 뮤직을 제재한다고 하는 걸까요? 사실 유튜브 뮤직이 음원 업계 1위를 먹으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위는 그런데 이 1위를 차지한 이유가 유튜브의 ‘끼워팔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불공정 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1+1 한다고 끼워팔기라고 안 하듯, 이 끼워팔기를 판단하는 엄격한 법적 기준이 있습니다. 일단 끼우는 주체가 해당 분야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상품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묶어서 팔 때 ‘끼워팔기’가 성립되는 겁니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같은 다른 OTT까지 다 합쳐놓고 봤을 때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50%를 넘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유료 동영상 구독제에 전혀 상관없는 ‘음악’ 플랫폼을 끼워 넣어서 팔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유튜브 뮤직’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따로 돈을 내고 구독하는 이유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이걸 신청하고 나서 보니 유튜브 뮤직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의외의 수확이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유튜브 뮤직에는 정식 음원 이외에도 유튜브에 동영상 형태로 올라온 여러 형태의 음악을 마치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듯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광고 없는 동영상을 위해 돈을 지불했던 소비자가 자연스레 다른 음원 플랫폼을 끊고 유튜브 뮤직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공정위가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동영상 플랫폼인데 왜 음악과 결합된 유료 상품만 있느냐, 왜 동영상만 따로 나오는 유료 요금제는 없느냐가 공정위 지적의 핵심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많은 유튜브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따로 듣는데, 유튜브는 광고가 보기 싫어서 돈을 지불할 뿐인데, 굳이 음악 서비스까지 끼워주면서 $14나 받아야 하느냐?’, ‘음악 서비스는 빼도 되니 차라리 요금을 좀 깎아주고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보는 상품을 내달라!’ 같은 요구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공정위가 직접 나서 이걸 해결해 준다고 한다면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넓어지는 매우 훌륭한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정위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소비자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유튜브가 뮤직 서비스를 한국에서 철수시킬 수도 있다라고 소문이 나면서입니다. 왜 한국 소비자는 이렇게 글로벌 빅테크 걱정을 하게 된 걸까요? 사실 이런 일을 한번 경험한 적이 있죠. 바로 ‘트위치’ 철수 사건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즐기는 글로벌 빅테크의 서비스를 왜 한국만 즐길 수 없느냐? 라는 게 불만의 핵심입니다.

불공정 거래로 지적을 받은 유튜브가 뮤직을 철수시킬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게 완전 근거 없는 소리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 6개 국가에서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라는 요금제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공정위가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 바로 그 뮤직 없이 광고 없는 동영상만 보는 요금제입니다.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철수할 때까지 유튜브는 월 7유로를 받았습니다. 이는 한화 1만 원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유튜브 프리미엄의 요금제가 1만 4,900원이니까 확실히 싸긴 쌉니다. 문제는 지금은 이 요금제를 폐지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 소비자들은 ‘유튜브가 미국에서도 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도 폐지한 요금제를 굳이 한국이란 작은 시장에서 하겠느냐?’, ‘그러다 트위치처럼 철수하는 게 아니냐?’ 같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지난해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을 한국에서만 유독 많이 40% 넘게 올린 이후 수익성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고도 큰 말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유튜브 뮤직을 함께 서비스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했단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가 공정위 지적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을 철수할 거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유튜브가 호주와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돈을 내면 광고를 대폭 줄인(아예 안 보는 건 아님) ‘프리미엄 라이트’라는 요금제를 실험 중인데, 이게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죽을 맛인 건 한국 토종 플랫폼

어쨌든 유튜브 뮤직 철수는 해프닝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토종 음원 플랫폼은 또 한 번 암울함을 느꼈을 겁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국내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곱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이 유튜브 내쫓아달라고 로비했지?’와 같은 음모론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 음원 토종 플랫폼들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됐을까요? 
먼저, 들을 노래가 없단 얘기가 많습니다. 들어가면 전부 아이돌 아니면 트로트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멜론 TOP100 차트는 여전히 우리나라 음반업계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팬덤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로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를 채우기 위해  ‘스밍’ 등으로 불리는 여러 가지 작업을 벌어 이른바 ‘줄 세우기’를 하는 행태가 판을 치곤 합니다. 여기에 음반사의 ‘사재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 차트를 차지하는 건 대형 팬덤을 지니고 있는 아이돌이나 일부 트롯 가수일 뿐이란 얘기가 나온 지 오래죠.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내가 듣고 싶은 곡을 일일이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마치 라디오 듣듯이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차트가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내가 아이돌이나 트롯 가수 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도 강제로 이 노래들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음원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국내 음원이야 많이 보유를 하고 있다 해도, 해외 음원은 글로벌 플랫폼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하죠. 이러다 보니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원음 그대로 제공하는 애플뮤직만 하더라도 가족요금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음원 플랫폼들은 음질도 이에 비해 딸리는데도 그런 요금제가 없습니다. 물론 통신사 결합 요금제 같은 결합상품이 있긴 하죠. 그러다 보니까 일부 소비자들은 유튜브 뮤직이 끼워팔기라면 이 통신사 결합도 끼워팔기 아니냐? 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법리적으로 ‘결합상품’으로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단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통신사가 현재 없을뿐더러, 통신사를 가입한다고 무조건 음원 앱을 끼워주는 게 아니다 보니 끼워팔기 논란을 슬쩍 비켜가게 된 것이죠. 어쨌든 이미 글로벌 플랫폼에 익숙해진 국내 이용자들에게 지금 수준의 국내 음원 플랫폼 서비스 수준이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의 무료 요금제는 유튜브 뮤직보다는 그렇잖아도 힘든 국내 토정 플랫폼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튜브 뮤직은 이미 소비자들의 ‘락인 효과’가 강하게 발생해 있는 상태입니다. 설사 유튜브가 무료 음악 요금제를 안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게 없다고 유튜브를 떠날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그렇잖아도 하루가 다르게 이용자가 떨어져 나가고 있는데, 음원도 훨씬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무료 요금제를 시행한다? 한번 시험삼아서라도 들어볼 소비자가 엄청 많을 겁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가 이렇게 공격적인 전법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면 토종 플랫폼들이 파이를 뺏길 것이고, 통신사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는 빅3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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