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공식 알면서 '이상한 길'로…가왕 조용필의 끝없는 도전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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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마지막 앨범을 이렇게? 생각할수록 이상한 사람, 조용필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조용필입니다. 돌아왔습니다. 별다른 수식어가 없는 이 두 문장만으로도 귀가 열리는 스토리가 됩니다. 우리나라 가요계에 오랫동안 오뚝 서 있는 아이콘, 조용필이 무려 11년 만의 정규앨범인 20집, ‘20’을 지난 22일 발표했습니다.

조용필에 대해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1950년생(74세). 1968년 컨트리 장르의 그룹 ‘애트킨즈’를 결성하며 음악 활동에 닻을 올립니다. 이듬해인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솔(soul) 장르의 그룹 ‘화이브 핑거스’로 데뷔하고요. 이어 김트리오, 25시, 조용필과 그림자로 활동하면서 언더그라운드 로커로 활동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1975년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스타가 됩니다.

▶ 조용필 - 돌아와요 부산항에
[ https://youtu.be/DGgxZO0ePPg ]

1980년 정규 1집에서는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한오백년’ 등 여러 곡을 동시에 히트시키면서 스타를 넘어 젊은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오르죠. 절창과 음악성, 스타성을 겸비한 그는 198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어버립니다. 1981년 ‘고추잠자리’는 KBS라디오에서 24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요. 1980년부터 86년까지 각종 방송사의 연말 가요대상을 11회 수상하는 대기록을 작성합니다.

‘한류’라는 말이 없을 때 이미 한류를 개척했죠. 1983년 국내 가수 최초로 일본 NHK홀 공연을 열더니 86년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에서 단일 앨범 밀리언셀러(100만 장 판매)의 기록을 세웁니다. 일본인을 연중 가장 많이 TV 앞에 몰려 앉게 하는 시간이라는 NHK 연말 특집 ‘홍백가합전’에 한국 가수 최초로 나간 것도 조용필(1987년)입니다. 1988년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중국 베이징 공연을 열죠.

▶ 조용필 - 고추잠자리
[ https://youtu.be/47x7vvkLTAM ]


가는 곳마다 최초, 최다, 최고라는 족적을 찍고 다니던 조용필은 1992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충격 선언을 합니다. 지금처럼 SNS도, 유튜브도, 케이블 TV마저도 없던 그 시절에 ‘앞으로는 TV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음악인이 아니라 방송인, 예능인으로 끝없이 소모되는 자신에 환멸을 느꼈던 걸까요.

이후 조용필은 콘서트 활동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도 1994년 국내 최초로 음반 총 판매량 1,000만 장 돌파, 1996년 국내 대중가수 노래 최초 교과서 수록(‘친구여’), 1999년 국내 가수 최초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 같은 전인미답의 기록들을 쌓아나갑니다.

▶ 조용필 - 친구여
[ https://youtu.be/AafOAktPjCc ]

지난 22일 열린 20집 컴백 기자회견에서 저는 조용필에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돼’ ‘늦어도 돼’라며 토닥여주는 위로의 노래인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만약 과거의 조용필 자신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몇 년도의 어떤 조용필에게 가겠냐고요.

그는 1992년 TV 출연 중단 뒤 콘서트 관객 감소로 힘들어하던 때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때로 공연장에서 2층이 통째로 비어버린 썰렁한 객석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요. ‘그래도 내가 조용필인데, 히트곡이 몇 개인데…’ 하면서요.

사실 이번 신곡 ‘그래도 돼’는 조용필이 혼자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착안한 곡입니다. 우승자가 결정된 순간, 승자의 세리머니에 카메라가 클로즈업됐고, 패자는 화면 밖으로 밀려나 보이지 않았는데 그 패자의 표정, 모습, 심경이 어떨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아득해졌다고 합니다.

▶ 조용필 - 그래도 돼
[ https://youtu.be/bo_dfa1p950 ]

조용필을 2013년 19집 ‘Hello’와 그 수록곡 ‘Bounce’부터 접한 젊은 세대도 많습니다. 2013년 당시 유치원생도 초등학생도 아이돌 음악과 ‘Bounce’를 섞어 들으면서 위화감 없이 그저 신나고 통통 튀는 팝송으로서 조용필의 노래를 소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앨범을 쭉 들으면서 바로 그 ‘Bounce’ 세대의 감상평이 가장 궁금해졌습니다.

힘찬 팝 록 ‘그래도 돼’, 빠른 템포의 ‘Timing’, 프로그레시브 록 발라드마저 연상시키는 처절한 곡 ‘왜’…. 다시 헤드폰을 끼고 정주행을 해봅니다.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꿈’ ‘그 겨울의 찻집’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바람의 노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서울 서울 서울’ ‘Q’ ‘그 겨울의 찻집’을 잘 모르는 그 ‘Bounce’ 세대의 마음으로 자기 최면을 걸어봅니다.

▶ 조용필 - Q
[ https://youtu.be/5xbgmIqLL2s ]

조용필은 20집이 자신의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20’에는 최종적으로 7곡이 담겼죠. 10월 초까지도 다듬고 매만졌던 ‘여덟 번째 곡’이자 자작곡이 있었지만, 맘에 100% 차지 않아 수록하지 않았고 그것이 영 맘에 걸린다는 말도 했죠.

사실 조용필이 역사적인 마지막 앨범을 만들면서 56년간 사랑했던 오랜 팬들, 또 까다로운 음악 팬이나 평단까지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계도를 짰다면 전략은 오히려 ‘초-단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옛 대표곡들의 빛바랜 감성을 적절히 ‘복붙’하고, 한국적인 멜로디를 중심에 세우며, 자연스레 세월의 나이테가 묻어나는 지친 듯한 음성으로 포크 성향의 발라드 몇 곡을 덧대는 거죠. 다수 음악 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이 공식이 되레 쉬웠을 거예요. 조용필의 역량을 떠올려보면 ‘어려워 보이는, 매우 쉬운 길’이었겠죠.

하지만 조용필은 이상한 길을 갑니다. 굳이 랩에 가까운 빠른 엇박자의 가창을 뱉어냅니다. 심지어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곡을 아련한 발라드로 끝내는 대신, 꼭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어도 됐을 법한 전자 효과가 가장 빼곡한 ‘라’ 같은 일렉트로니카로 마무리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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