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 박정민에게는 꿈이 있어요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10.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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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박정민이 또 다른 꿈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언뜻 보면 배우 일과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깊이 보면 결국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들을 채집하기 위한 길이다. 그러니 박정민의 꿈을 아낌없이 응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난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극 중 종려를 연기했다.

박정민에게 ‘전, 란’은 오래 기다린 작품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과 ‘일장춘몽’으로 인연을 맺은 박찬욱 감독이 ‘전, 란’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박정민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 이후 배우 김신록 강동원 등 배우들이 캐스팅될 때까지 무려 열 달이나 기다린 끝에 종려가 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박정민이 ‘전, 란’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정민은 이에 대해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좋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고, 저는 제가 동의하든 안 하든 영화가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게 좋았다. 물론 ‘전, 란’은 저에게도 동의가 되는 내용이었다”라고 했다.

계급에 따른 차별이 만연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영화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늘 아래 인간은 모두 동등하다는 ‘대동사상’을 근원으로 삼아 다양한 계급의 인간군상을 다룬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참 더불어 산다는 게 더욱 쉽지 않아 진 것 같은 현시점에서 이 영화가 나와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박정민의 열정은 대단했다. 시나리오를 파고들고 또 파고들어 종려의 감정선을 장면마다 계획해 두고 인물을 완성해 나갔다. 박정민은 종려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감정선을 매만져갔다. 그는 “이 외로운 인물이 천영이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잃어버렸을 때, 배신당했을 때, 오해가 풀렸을 때 어땠을까 꼼곰하게 분석하려고 했다”라고 했다.


물론 모든 장면이 박정민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첫 촬영부터 박정민은 자신의 계획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종려가 다시 잡혀 들어온 천영의 손에 칼을 꽂는 장면에서 박정민은 어떻게 하면 종려를 더욱 나쁜 사람처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김상만 감독이 “종려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답답한 감정이다.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에 대한 슬픈 감정이니까 거기에 좀 더 집중을 해보자”라고 조언했다고.

박정민은 김상만 감독의 조언에 따라 종려의 감정에 집중해 연기했다. 천영에 대한 종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유려하게 화면에 펼쳐낼 수 있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선조(차승원)와 종려의 관계다. 차승원이 준비해 온 선조를 보고 자신의 계획을 모두 수정했다는 박정민이다. 그는 “저는 종려가 선조에 맞대응하는 인물이라고 계산했는데 선배님의 선조를 보고 나니까 말대꾸하면 죽여버릴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매번 계획이 틀어졌지만, 박정민은 오히려 그 틀어짐이 달가웠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생기는 묘한 에너지가 연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의 계획을 알고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과 아예 몰랐던 상태에서 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박정민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에게 답을 구하면 답이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다”면서 “감독님의 성향이 원래 만들면서 뭔가 덧붙이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걸 촬영 전에 만들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만들어놓고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해서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전, 란’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OTT 플랫폼 작품 최초의 역사를 썼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영화를 못 본 상태였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어울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 영화가 OTT 작품이든 아니든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OTT는 사람들 삶 속에 너무 깊숙이 자리잡지 않았다. 그걸로 우열을 가리는 건 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박정민은 “그걸 떠나서 우리 영화는 상업성이 짙은 영화일 텐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놀라웠다. 이후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왜 개막작으로 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납득이 갔다”라고 했다.

‘전, 란’으로 올해에도 관객과 만난 박정민은 내년에는 휴식기, 아니 ‘채집기’를 선언했다. 박정민은 “배우적으로는 다시 채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동어 반복을 하지 않기 위해서 채집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배우로서 채집기를 가지는 동안, 박정민은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뤄나갈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를 어엿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박정민은 “출판사를 뒷전에 두고 있었는데 다시 책이 나오면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작가님들과 계약을 했고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박정민은 “내년 봄에도 책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많이 서툴러서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인지도가 높은 작가님들과도 작업을 한다,. 그분들 책은 제가 얼렁뚱땅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박정민은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붐’이 온 것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 당장은 독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나 좋다고. 박정민은 “저는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밌는 책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나. 한강 작가님 통해서 다른 작가님들에게도 그 관심이 흘러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샘컴퍼니]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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