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밸류업?···다른 상장사도 참여할까 [선데이 머니카페]

김병준 기자 2024. 10.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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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과 호실적에 은행주 급등
자사주 소각 규모 올해 2배 증가
"은행주 위주 자사주 소각" 지적
LG전자·SKT도 밸류업 대열 합류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전경. 사진 제공=KB국민은행
[서울경제]

금융주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하겠다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했고 시장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되는데요.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 정책에 따라 실제 주주환원이 얼마나 늘었는지, 주주환원 문화가 금융주를 넘어 다른 상장사까지 확대될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KB금융(105560) 주가가 3분기 호실적과 밸류업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25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KB금융은 전장 대비 8.37% 오른 10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장중에는 10만 390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2008년 10월 10일 상장 이후 최고가입니다. KB금융은 24일 3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작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1조 61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는데 3분기 기준으로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호실적에 이어 밸류업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13%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밸류업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제히 목표 주가를 상향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11만 원→12만 1000원), NH투자증권(11만 5000원→12만 5000원), 키움증권(12만 원→12만 6000원), 하나증권(11만 원→11만 5000원), 신한투자증권(10만 5000원→11만 원), 한화투자증권(10만 4000원→11만 5000원) 등인데요.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CET1 비율이 워낙 높아 실제로 13% 상회분을 모두 환원에 소진하면 다소 파격적인 금액”이라며 “국내 최고 금융지주 위상에 걸맞은 훌륭한 환원책이자 연말 밸류업 지수 추가 편입도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규모 2배 증가···금융주 위주란 한계 지적도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중순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소각 건수는 총 76건, 액수는 9조 3277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액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연간 기록인 4조 4990억 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인데요. 건수 기준으로도 지난해 연간 59건보다 17건이나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4106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총액인 2894억 원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19년 8725억 원, 2020년 1조 984억 원, 2021년 2조 4309억 원, 2022년 2조 9106억 원 등 매년 완만히 늘어 과거에는 올해만큼 급증한 적이 없었습니다. 코스닥시장의 소각 규모도 2020년 756억 원, 2021년 1096억 원, 2022년 2244억 원으로 올해처럼 연간 1200억 원 이상까지 늘어난 해가 없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 주식을 이익잉여금으로 사들인 뒤 없애는 행위를 말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대체로 높아지게 되는데요.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안정 효과가 큰 주주 환원 정책으로 보고 상장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공지능(AI) 분야 글로벌 대장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경우도 지난 5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25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 규모 증가 추세에 대해 주주 가치 제고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상장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 요구를 무마할 용도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낸 뒤 물량을 소각하지 않은 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매입한 자사주 지분을 우호 세력에 넘겨 경영권 방어에 사용한 상장사도 적잖았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소각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정부가 세제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정부 밸류업 정책이 촉진한 바람직 현상”이라며 “금융사 위주로 이뤄지는 자사주 소각에 보다 많은 상장사들이 동참하기 위해서는 배당소득세 개편 등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066570), SK텔레콤(017670)도 밸류업 합류
LG전자 히트펌프를 테스트하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지주 이외의 기업도 밸류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지주 수준의 주주환원은 아니라 아쉽다는 평가도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LG전자는 22일 밸류업을 공시했습니다. 지난 8월 10대 그룹 중 첫 밸류업 예고 공시를 한 이후 두 달 만인데요. 이번 계획의 골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 등입니다. LG전자의 중장기 사업 전략은 ‘2030 미래비전’입니다. 2030년까지 ‘트리플 7(연평균 성장률7%·영업이익률 7%·기업가치 7배)’을 이뤄내고 매출액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이를 위해 △웹(web)OS·스마트홈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 확대 △냉난방공조·전장 등 B2B(기업 간 거래) 가속화 △자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신사업 육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적용됩니다. LG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인데요. 투자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배당금은 1000원으로 설정했고 반기 배당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과 추가 자사주 매입과 분기배당도 검토 중입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사진 제공=SK텔레콤

SK텔레콤은 2026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달성,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주주환원, 2030년 총매출 30조 원, 인공지능(AI) 매출 비중 35%를 달성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통신과 AI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주주 환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설명인데요.

SK텔레콤은 ROE 제고를 위해 통신업 전반에 AI 기술과 문화를 접목해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AI 사업 수익을 빠르게 키워 매출액순이익률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핵심, 저효율 자산도 적극 매각해 성장을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주주환원 부분에서는 지난해보다 재원의 범위를 확대했는데요. 기존에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설비투자액(CAPEX)을 차감한 값의 최대 40%라는 상한선을 설정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제한을 없앴습니다. 또 지난해까지는 주주환원 재원을 별도 실적으로 삼았지만 올해부터는 연결 실적 기준으로 바꿔 자회사들의 성과까지 주주들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포함해 1조 원 이상 주주에게 환원했는데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주주 환원이 예상됩니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향후 사업 실적에 대한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30년 총매출 30조 원, AI 매출 비중을 35%로 확대한다는 ‘AI 비전 2030’도 강조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와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 등을 통해 AI 시장을 빠른 속도로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인데요.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는 12월 개소가 예정돼 있고, 실제 올해 AI 부문에서 약 600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 수익성을 빠르게 높여서 기업의 성장을 이루고 성과를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겠다는 방향”이라며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지는 이제 5개월 가량 됐는데요. 아직은 미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상장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거래소 측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확산돼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거래소 관계자는 “4분기를 기점으로 많은 상장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밸류업을 예고하지 않은 상장사 중에서도 밸류업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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