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새로운 게임' 시작...SK하이닉스 내년엔 더 세진다

임동욱 기자 2024. 10. 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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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SK하이닉스의 비상(飛翔)' ④
[편집자주] 창립 41년, 2위의 설움은 간데없다. SK하이닉스가 AI시대 HBM이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지배력을 과시하던 경쟁기업을 넘어 이제 새로운 1등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경쟁자는 오직 자신뿐.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진열돼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메모리 반도체 수요 지속에 대한 불안감에 '반도체 조기 겨울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AI반도체 열풍 속에서 SK하이닉스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HBM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선 SK하이닉스는 과잉공급, 경쟁자의 도전 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당분간 독주 체제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HBM 사업에 더욱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의 이익 극대화 전략과 프리미엄 제품 개발 경쟁력, 더욱 강화된 재무적 체력, 이 3가지가 맞물리면서 선순환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이제 성공의 필요조건은 '비용 통제'에서 '시간 통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속도에 맞춰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AI시대 반도체 성공의 핵심 요인이며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정확한 상황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인력과 자본을 더 투입해서라도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AI기술에 대응하는 가장 수익성 높은 방법인데, SK하이닉스는 이를 알고 잘 실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출하량은 이미 3분기에 HBM3(4세대)를 넘어섰고, 4분기에는 HBM3E 12단 제품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아직 엔비디아의 HBM3E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당초 계획대로 차세대 제품을 공급하며 HBM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더욱 굳힌다는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4~2025년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비트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그래픽=김지영


일각에선 HBM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이후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려 시장 내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공급 과잉 가능성을 말하지만 SK하이닉스와 시장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계약구조로서 2025년 고객들의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끝났다"며 "내년 HBM 수요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기술은 단순히 학습된 패턴을 생성하거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을 내놓는 것을 넘어 다양한 가능성을 생성하고 추론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HBM의 수요 둔화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2025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AI인프라 투자는 아직 성숙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내년에도 HBM 공급과잉은 없다"며 "시장이 HBM3E 12단으로 이동하면서 선단 HBM 출하는 더욱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미즈호증권은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엔비디아향 HBM) 품질 인증을 통과한다고 해도 최소한 2025년까지는 엔비디아의 소규모 공급업체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시장의 승부처는 차세대 제품인 HBM4다. 시장은 HBM4 역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주도권은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HBM3E 8단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것처럼 4분기부터 본격화되는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HBM4 고객사 샘플 대응도 SK하이닉스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에 사업 전략의 중심을 HBM에 맞추고 있지만, 다른 차세대 반도체 준비에도 소홀해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시장은 HBM의 뒤를 이을 차세대 AI 메모리로 PIM(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AI와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과 CXL(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인터페이스) 등을 주목한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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