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네 욕해도 내가 욕해' 인천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박소영 기자 2024. 10. 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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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킴] 이종범 인천스펙타클 대표 겸 디렉터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천 로컬 매거진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지난 23일 인천 동구 배다리에 위치한 인천스펙타클타운에서 만난 이종범 인천스펙타클 대표.2024.10.25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화제가 됐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드라마에선 경기도민의 애환을 다뤘지만, 인천시민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하루 지하철에서 버리는 시간만 3시간, 인생의 '8분의 1'을 출퇴근에 허비하는 것이 싫어 고향에서 즐겁게 살 방법을 찾은 사람이 있다.

지난 23일 인천시 동구 배다리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인천스펙타클타운에서 만난 이종범 대표(32)는 로컬매거진인 '스펙타클'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신선한 관점의 기획력으로 이웃을 연결해 도시와 동네의 즐거움을 만들고자 스펙타클을 시작했다. 외래어 표기에 따라서는 '스펙터클'로 쓰는 게 맞지만 다른 지역과 차별을 두고 인천만의 이야기를 한다는 취지로 ‘터’ 대신 ‘다를 타(他)’ 자를 썼다.

인천스펙타클타운 모습.2024.10.25 ⓒ News1 박소영 기자

서울에서 직장과 학교를 다녔던 이 대표는 매일 몸을 구겨 지하철을 오르고 돌아오고 하는 생활에 지겨움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고향인 인천을 '잠만 자는 곳'이 아닌 힙하고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인천 알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16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면서 스펙타클의 첫 시작을 알렸고,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으면서 자신의 주거지와 가장 가까운 장소가 카페인데, 그런 카페들은 서울과 제주도 같은 지역에 있다는 생각을 깨고 싶었다. 사전 취재와 제보 등을 취합해 카페 30곳을 추린 뒤 매장을 방문해 카페 업주들을 인터뷰했다.

인천스펙타클이 '뚜벅뚜벅 인후(인하대 후문) 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인천스펙타클 제공)2024.10.25/뉴스1

동료를 모아 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21년도부터였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동네친구를 만들 기회가 별로 없는데,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인천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가진 공무원, 컨텐츠 기획자,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직군의 팀원들을 모았다.

이 대표는 팀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의 로컬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면BTI 테스트' 컨텐츠로 성격에 맞는 인천의 면음식을 소개한다든지, 잘 어울리는 개항장 장소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천시민들이 멸칭이라고 느낄 수 있는 '마계인천'을 재밌게 풀어내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정말 마계일까'라는 궁금증부터 '내 동네 욕해도 내가 욕해'라는 재치로 도시 곳곳을 취재해 인천에 덧씌워진 오명과 오해를 파헤쳤다.

스펙타클이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모으는 일'이다. 사회소셜미디어서비스(SNS), 전시 등을 통해 인천의 역사 기록을 재밌게 풀어보고,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골라 골라 나같은 집'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인천에서 취향 담은 집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좋아 중구 도원동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앞에 살기 시작했다는 2인 가족의 얘기부터, 여행지로 왔다가 인천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매번 특색있는 컨텐츠를 내기까지는 이 대표의 많은 고민이 들어 있다. 이 대표는 "완전 영리를 취하기 위한 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처럼 공익성을 추구하는 곳도 아니어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항상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인천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곳'이다. 이 대표는 "인천은 강화에 고인돌이 있는데 송도나 청라와 같이 신도시도 있는 모든 스펙트럼이 담겨있는 곳이다"며 "인천에서 처음 살게 된 것은 저의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가족도 새로이 생기고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천이다"고 말했다.

23일 인천 동구 배다리 인천스펙타클타운에서 만난 이종범 대표(가운데)와 팀원들. 팀원 숫자는 더 많으나 당시 사무실에 있는 인원만 찍었다.2024.10.25 ⓒ News1 박소영 기자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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