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HBM, 1등끼리 뭉쳤다…'엔비디아·TSMC도 우리편'

오진영 기자 2024. 10. 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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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SK하이닉스의 비상(飛翔)③
[편집자주] 창립 41년, 2위의 설움은 간데없다. SK하이닉스가 AI시대 HBM이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지배력을 과시하던 경쟁기업을 넘어 이제 새로운 1등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경쟁자는 오직 자신뿐.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의 필수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는 압도적이다. 점유율은 53%(매출 기준·트렌드포스 집계)로 2위 삼성전자와 두 자릿수 차이가 벌어진데다, 글로벌 AI 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관문을 유일하게 넘었다(HBM3E 기준). 세계 최초로 5세대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한 것은 물론 2027년까지 HBM 주문이 예약돼 있다.

SK하이닉스가 확고부동한 1위에 올라선 것은 선제적인 투자와 AI 시장의 개화, 최대 경쟁자의 실기가 맞물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HBM을 상용화한 제품인 HBM2를 가장 먼저 양산하고도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오판하고, 2019년 HBM 개발팀을 해체하는 등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사이 SK하이닉스는 조 단위 투자를 통해 HBM2E, HBM3에서 앞섰다.

SK하이닉스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한 수율이다. 2013년 업계 최초로 HBM에 적용한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이 대표적이다. 성능과 전력효율을 크게 높이면서도 크기를 줄일 수 있어 HBM에 적합하다. 수도권 대학의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TSV 기술을 상용화한 곳은 전세계에서도 3~4곳 정도로, 특히 SK하이닉스는 수율이 다른 기업보다 최소 10~20% 가까이 높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TSMC도 SK하이닉스의 든든한 우군이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내년 출시 목표로 6세대 HBM4를 개발중인데, TSMC는 HBM 전담팀을 꾸리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율과 성능 개선에 매달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BM4 이후 세대에도 설계부터 개발, 패키징(후공정 )까지 SK하이닉스와 협력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6월 대만 타이페이 TSMC 본사에서 회동하는 모습. / 사진 = SK그룹 제공


엔비디아(고객사)와 SK하이닉스(설계), TSMC(생산)의 3자 동맹도 이점이다. AI 서버에 필수적인 가속기 시장에서 1위인 엔비디아는 빡빡한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소수 기업에 주문을 몰아주는데, HBM3E 8단, 12단 모두 SK하이닉스가 독점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A100, H200 등 AI 가속기의 성능이 강화될수록 더 우수한 HBM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M7(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SK하이닉스에 커스텀 HBM 관련 요청을 넣었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도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연내 퀄 테스트 통과가 불투명하고, 마이크론은 양산 능력 문제로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다.

HBM4부터 커스텀(고객사 맞춤형)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M7의 주문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레거시 D램보다 웨이퍼 투입량이 3배 이상 많고, 적층 과정이 복잡한 HBM 특성상 비용이 최대 3~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검증된 기업이 아니고서는 HBM 주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의 내년 HBM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전망하며 공급사가 원하는 자격을 충족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메모리와 다르게 HBM은 고객사의 주문이 들어온 다음에 생산하기 때문에,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틀어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계속 실적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엔비디아가 내년도 HBM 물량도 몰아준다면 관련 매출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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