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계곡·숲, 다 사랑스러워…깊어가는 가을에 더 좋은 울진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10.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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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를 가장 가까이 즐기는 '죽변 용의꿈길'
온천 솟는 '덕구 계곡'에 푸른 '금강소나무숲길'까지
울진 죽변해안스카이레일ⓒ News1 윤슬빈 기자

(경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올해 유독 짧게 느껴져서일까. 스쳐가는 가을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짧은 가을을 만끽하며 걷기만 해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가을에 걷기 좋은 국내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경상북도 울진이다. 그저 바다만 있을 것 같은 울진은 사실 계곡(산)과 숲으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길도 잘 조성돼 있다.

울진 걷기 여행길ⓒ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게다가 울진의 해안길은 해파랑길의 23~27구간(78.3km)에 속하며 나라에서 인증된 걷기 여행지이다.

해파랑길은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의 동해안 구간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750km 걷기여행길이다.

바다, 계곡, 숲까지 울진에서 걷기 좋은 여행길을 소개한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지엔씨21 제공)

짙푸른 동해 바다를 가장 가까이

속이 뻥 뚫리는 동해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죽변항부터 봉수항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천천히 음미해 보자.

죽변항부터 소위 '인증샷 명소'로 알려진 죽변 하트해변까지 해안절벽을 따라 숲 사이를 걷는 산책길인 '용의꿈길'이 조성돼 있다. 짙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산책길 중간에 있는 죽변등대와 공원도 볼거리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죽변등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뱃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등대 맞은 편에는 동네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공원이 있는데 독도 최단거리 표지석이 있다. 죽변면 죽변리와 독도 사이 거리가 216.8km로 이곳이 독도와 가장 가까운 땅이라는 의미다.

새하얀 죽변등대ⓒ News1 윤슬빈 기자
국립해양과학관ⓒ News1 윤슬빈 기자

용의 꿈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TV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에 도착한다. 절벽 위에 세워진 이 세트장은 주황색 지붕과 푸른 동해 바다가 어우러져 사진 찍기 좋다.

용의 꿈길은 해안 암초 사이에서 용이 승천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타고 가다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지난 2021년에 생긴 울진의 새로운 명물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다. 시속 5km 속도로 달리는 모노레일 안에서 편하게 울진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한 모노레일은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다시 유턴한다.

죽변항에서 차로 4분 거리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해양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에 자리해 바다에 뒤집힌 독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덕구계곡의 명소인 용소폭포ⓒ News1 윤슬빈 기자

온천수를 뿜어내는 계곡 트레킹

죽변항에서 바다 반대편으로 차로 20분 이동하면 깊은 산속 계곡 트레킹을 즐기고 뜨끈한 온천욕을 누릴 수 있는 '덕구 계곡'이 나타난다.

'덕구 계곡'은 해발 998m의 응봉산에 자리한 약 3km에 달하는 골짜기인데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정도의 빼어난 절경은 물론, 독특한 지질을 갖고 있다.

지질이 얼마나 독특하냐면 바위들은 마치 찰흙처럼 단단한 검정돌과 흰돌이 뒤섞여 있고 계곡물이 흐르는 동시에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그 덕에 덕구 계곡을 즐기는 코스는 단연, 이 특별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트레킹 후 온천이다.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세ⓒ News1 윤슬빈 기자
계곡을 따라 온천수 송수관이 설치돼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는 '덕구계곡 주차장~용소폭포' 구간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계곡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천천히 걸으면 편도로 약 30~40분 정도 걸린다.

'용소폭포'는 3단으로 이뤄진 폭포로 전설과 얽힌 '선녀탕'으로도 불린다. 이곳에 살던 이무기가 승천 후 다시 찾아 선녀들과 함께 목욕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전해진다.

조금 더 걷고 싶다면 온천수를 뿜는 '원탕'을 목적지로 두는 것도 좋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이 인기이다. 1시간 넉넉 잡으면 된다.

계곡을 걷는 길은 심심할 틈이 없다. 독특한 자연은 물론, 다른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길목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형 다리가 등장한다. 덕구계곡의 명물로 금문교(미국 캘리포니아), 서강대교(한국 서울), 노르망디교(프랑스 오트노르망디), 하버교(호주 시드니) 등을 똑 닮은 다리들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온천수 송수관이다. 원탕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계곡 아래 온천 시설로 바로 이어주는 관이다. 2중으로 보온시설이 돼 있어 화상 위험은 없다.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News1 윤슬빈 기자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

울진하면 빠질 수 없는 걷기 길이 '금강소나무숲길'이다.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이다.

조선 시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십이령옛길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50년 전, 보부상들은 울진 지역 소금, 생선, 미역 등을 안동, 영주, 봉화 등 내륙지방에 내다 팔고 다시 곡물, 비단, 담배 등을 사서 장터에 팔기 위해 오고 다니기 위해 십이령옛길을 수도 없이 오고 다녔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총 7개 구간(79.4km)이 있으며 그중 현재 5개 구간을 거닐 수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안내판ⓒ News1 윤슬빈 기자
1구간에 자리한 울진내성행상불망비로 향하는 걷기 여행객들(지엔씨21 제공)

모든 구간을 거닐 수 없다면 취향별로 골라 일부만 걸으면 된다.

1구간(보부상길)은 금강소나무숲길의 첫 시작이자, 길이 생겨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 흥부장에서부터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때 넘나들던 십이령(열두고개) 중 네고개가 있는 탐방로이며 산림유전자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인 산양(야생동물) 서식지가 포함돼 있다.

이 구간의 첫 시작점은 1890년경 보부상과 선질꾼들이 그들의 안전한 상행위를 도와준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는 '울진내성행상불망비'로 그 앞 풍경이 예술이다. 세월에 깎아내린 절벽과 그 아래 옥빛의 계곡이 잔잔히 흐른다.

대왕금강송을 따라 거닐 수 있는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지엔씨21 제공)
금강송 숲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지엔씨21 제공)

금강송에 뒤덮인 숲길을 걷고 싶다면 3구간(오백년소나무길)과 4구간(대왕소나무길)을 찾으면 된다.

3구간은 생태경영림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군락지를 볼 수 있는 탐방로인데 가는 길과 오는 길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5구간은 다소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대왕소나무까지 가려면 시멘트로 포장된 오르막길과 재가 높고 가파른 길이 있어 힘이 드는 구간이나, 보부천 길을 따라 걸으면 금강소나무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돌아올 때는 내리막길이라 좀 수월하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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