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우범소년’ 제도 [세상에 이런 법이]

홍민정 2024. 10. 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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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세기 법치주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곧 범법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한다. 바로 우범소년 제도다.

소년법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소년들을 교화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형사처벌과 구분해,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그 근거와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소년법 제4조는 소년부의 보호사건에서 심리할 수 있는 소년에 대해 규정한다.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으로 형법 저촉행위를 한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으로 형법 저촉행위를 한 ‘범죄소년’, 마지막으로 만 10세 이상 만 19세 미만으로 그의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우범소년’을 보호소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우범소년이다. 소년법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및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즉, 우범소년의 경우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신 자유를 제한당할 수 있다. 실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우범 사유로 위탁된 아동을 분석한 결과, 6호 시설 처분에서 10호 2년 소년원 처분에 이르는 구금 처분 비율이 50%나 차지했다. 이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자 위헌이다.

우범소년 제도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한다. 명확성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형법은 명확하게 금지하는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대해 열거하고 있지만 오히려 ‘형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체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법규범의 내용이 확실하지 않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어, 법 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명확성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우범소년 제도는 차별적인 제도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인과 아동을 차별해,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아동의 인신 구속을 가능케 하고 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형사처벌과 다른 계도적 처분이기에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실상 보호처분 또한 국가가 강제로 인신 자유를 구속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사회적 약자인 소년에게는 성인과 달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만한 조건과 상황이 주어져 있지 않다. 만약 성인에게 범죄 우려를 이유로 구금이 가능하도록 한 법률이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진즉 위헌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우범소년 문제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우범소년 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에게 인신 구금을 가능케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 보호소년 문제는 복지적 접근의 행정이 필요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더 효과적인 대안을 두고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소년의 자유를 억압하는 우범소년 제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또한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소년에 대한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결코 가벼운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추구하는 공익은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소년의 교화로, 추상적인 이익에 불과하다.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우범소년의 구금을 규정하는 소년법 조항 폐지를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우범소년에 대해 사법적으로 다루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며 대다수 국가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우범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쓴다고 한다. 우범소년이 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에 근본적 해결의 단서가 있다. 본질적인 이유에 접근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지금 그 소년을 구할 수 있는 보다 유익한 방법이 될 것이다.

홍민정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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