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말라’ 경고 뒤 4시간 절제된 타격...”이스라엘, 확전 피하려 했다”

이철민 기자 2024. 10. 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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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이란에 ‘피해 최소’ 핑계 제공”
방공·레이더 시스템 등 20곳 파괴
美대선 후 추가 보복 길은 터 놓아

이스라엘은 26일 이른 시각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에 앞서, 제3자를 통해 25일 이란에 일반적으로 어떤 시설을 타격할 것임을 알리고 “반격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미국 뉴스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은 이란이 10월1일 200여 기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에 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전에 복수(複數)의 제3자를 통해 이란에 이를 통보했으며, “만약 이란이 다시 반격을 하고 특히 이로 인해 이스라엘인이 죽거나 다치면 이스라엘은 더 강력한 공격을 단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26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시작을 알리면서 “이란이 또다시 반격하면 이스라엘은 또 보복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4시간 작전명 ‘참회의 날’

26일 이른 시각에 전개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작전명(名)은 ‘참회의 날(Days of Repentance). 10월 11~12일 있었던 유대교 대속죄일인 ‘욤 키푸르’에서 이름을 땄다.

4시간 동안 공중급유기와 정찰기의 지원을 받은 F-35를 비롯한 전투기 100여 대와 드론이 1600㎞를 날아가는 “복잡한” 작전이었다고, IDF는 밝혔다. 오전 2시15분(이스라엘 오전 1시45분)쯤 테헤란 근처에서 처음 폭발음이 터졌고, 곧 하가리 IDF 대변인은 “지금 공격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공격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테헤란 주변과 곳곳의 이란 군 시설 20여 곳이 파괴됐다. 1차 공격은 이란의 방공(防空)ㆍ레이더 시스템 제거.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동시에 이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시리아 남부와 중부의 여러 군기지들도 타격했다. 이로써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자유롭게 추가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2ㆍ3차 공격은 드론과 탄도미사일 제조 공장 및 발사기지로, 이란이 지난 4월 14일과 10월 1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동원한 드론과 미사일을 제조하는 공장들이었다.

이날 공격으로 테헤란 공항 근처의 S-300 방공 시스템과 3개 이상의 이란공화국수비대 미사일 기지가 파괴됐다. 또 테헤란 외곽에 있는 파르친 군기지와 테헤란 남쪽의 샴사바드에 있는 군용 드론 제조공장도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은 테헤란의 일출(오전 6시 21분) 직전인 오전 6시15분(이스라엘 오전 5시45분)에 끝났다. 이 시각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IDF의 하가리 대변인은 오전 6시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피해 적다” 주장하고, 보복 안하게 ‘절제된’ 공격

워싱턴 포스트는 “이스라엘 공격은 이란 측 사상자 수를 최소화해, 테헤란이 ‘막대한 피해’를 부인할 핑계를 제공하고 두 나라 사이의 확전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계산된 타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란의 타스님 반(半)관영통신은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10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공격에 가담했다는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며, 이스라엘은 자신의 약한 공격을 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이란 영공을 넘지도 못했고, 제한된 피해만 입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보복 공격의 규모를 ‘절제’한 배경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도 크게 작용했다. 이스라엘은 공격 시작 최소 6시간 이전에 미국에 공격 타깃들과 작전 계획을 통보했다.

공격이 끝난 뒤, 이스라엘의 일부 우파 정치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에 대한 타격 정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며 더 강력한 추가 공격을 요구했다.

◇방공ㆍ레이더 시스템 파괴해, 미 대선 후 추가 공격 여지 터 놓아

독일 베를린 소재 유럽외교관계협의회의 이란 전문가인 엘리 제란마예는 뉴욕타임스에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상당히 자제시켰다고 안도하겠지만, 이게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인 자제’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상태로는, 이란이 이번 군사 시설에 대한 피해를 감내하고 이스라엘에 또다시 반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ㆍ레이더 시스템을 상당히 파괴함으로써,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 좀 더 자유롭게 전투기들이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터 놓았다. 이를 통해 이란의 또 다른 반격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하가리 IDFP 대변인은 “보복 공격은 끝났고, 목표는 다 이뤘다. 이제 이스라엘 전투기는 이란에서도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을 두 번 공격한 이란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타깃들은 광범위한 목록에서 택했고,우리는 필요하면 추가 타깃을 선정해 어떻게 타격할 수 있는지 안다. 이는 누구든지 이스라엘을 위협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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