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규모 폭격당한 이란의 선택은
군부 강경파 압박하면 적극적 보복 가능성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예고했던 대로 2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규모 재보복 공습을 감행함에 따라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란으로 옮겨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께 '회개의 날'(days of repentance) 작전을 개시해 약 3시간 동안 이란 테헤란, 후제스탄, 일람 등을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로 타격했다.
이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쏜 지 25일 만이다.
이를 둘러싸고 이란이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선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당초 예상보다 '절제된 범위'로 공습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해 나름의 억지력을 발휘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보복의 악순환을 멈출 것이라는 논리다.
애초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의 표적으로 국제사회는 이란 핵시설이나 석유 인프라를 예상했었다.
이란군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공망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경미한 피해'만 있었다고 즉시 발표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양국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란이 이번 공습에 대응할 계획이 없음을 외국 중재자를 통해 이스라엘에 통보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앞서 네덜란드를 통해 표적이 어디인지 미리 이란에 알렸다고 보도해 서로 국내 여론을 달래고 대외적인 명분을 살리는 이른바 '약속대련'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 국영매체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사실을 전하면서도 "이란 전역에서 일상생활이 차분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은 외부의 공격행위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그간 이스라엘의 공격 뒤 '고통스러운 보복',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와 같은 군부와 정부의 여론의 분노를 부추기는 강경한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국영매체를 통해 서방 매체의 유언비어에 유의하라며 내부 단속에 신경을 썼다.
이란의 향후 대응 수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나 이란혁명수비대의 공식 입장을 통해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내부 분위기의 '척도'인 리알화 환율은 25일 달러당 69만리알이었으나 폭격 뒤인 26일엔 오히려 66만 리알로 하락했다. 금융 시장은 이란의 보복 대응 가능성을 낮게 본 셈이다.
중동의 반서방·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의 연대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맹주로서 이란의 위상을 고려하면 완전히 무대응으로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을 감내하겠다는 유약한 메시지가 될 수 있고 중동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대리군'으로 여겨졌던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지휘부가 사실상 와해되는 위기 속에서도 1년여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계속하는 터에 정작 이란의 소극적 대응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 축소와 체제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비록 이날 공습의 실질적 피해가 적었더라도 이란은 1980년대 이라크와 전쟁 이후 약 40년만에 처음으로 외국 전투기에 영공 방어가 뚫리는 취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란 군부 강경파는 이를 만회하려는 보복 공격을 압박할 수 있다.
이란군의 전력을 고려할 때 보복 공격은 4월과 이달 1일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해 이란이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이 공격 범위를 미사일과 드론이 보관된 소수의 군기지와 창고로 제한한다면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란이 큰 피해를 본다면 탄도미사일 최대 1천기를 이스라엘에 동시다발로 발사하거나 걸프 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나포하는 방식으로 세계 에너지와 해운 흐름을 방해한다는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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