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시대, 건축의 역할은?… 제5차 광주폴리가 찾은 해답 ‘순환’
광주비엔날레 제5차 광주폴리 주제는 ‘순환’
‘숨쉬는 폴리’ ‘이코한옥’ ‘옻칠 집’ ‘에어 폴리’
기후변화의 시대, 건축의 역할은 무엇일까.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해가는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광주비엔날레와 광주광역시가 진행하는 제5차 광주폴리는 그 해답을 ‘순환’에서 찾는다.
폴리(Folly)는 기능이 없는 장식용 건축물을 말한다. 반면 2011년 출발한 광주폴리는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시민들의 열린공간 구실을 해오고 있다. 순환폴리는 친환경 지역의 자원, 재활용건축 탐색과 함께 시민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도시공간을 만든다.
‘기후위기가 건축의 중심 과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집단 지혜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제시된 과제 ‘기후변화와 이동성’을 건축가 조남호가 숨 쉬고 움직이는 건축으로 풀어냈다.
건축환경계획과 탄소 전 과정 평가는 친환경 전문가 이병호가 수행하고, 목재의 구조 해석과 제작은 수피아건축이 맡았다. 다공성 다발 목구조가 숨 쉬는 외벽을 이룬다. 지속가능한 실내 환경 조절 장치로 ‘쿨 튜브 시스템’을 도입해 지붕을 변형했다. 이에 따라 생성된 에어포켓이 더운 공기를 모은 뒤 전동창을 통해 배출한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바깥 기온보다 5도 낮은 실내 환경을 유지한다.
버려진 한옥을 동네 마당으로 복구한 ‘이코한옥’은 호남의 경제, 문화, 자원이 연결된 생태적 건축이다. 이 작은 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어셈블(영국), BC 아키텍츠(벨기에), 아틀리에 루마(프랑스)가 참여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상 공간을 짓기 위해 함께한 이들은 굴과 꼬막 껍데기, 미역과 다시마, 볏짚과 왕겨, 현장의 흙과 돌로 만든 친환경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세계 최초로 옻칠을 건축 구조재로 활용해 자연 재료의 가능성을 넓힌 혁신적인 프로젝트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가 참여했다.
건축은 그 생애주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에 비해 ‘옻칠 집’은 생산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산림자원의 업사이클링에 기여한다.
바다 쓰레기가 되는 미역 줄기로 제작한 가변형, 이동형 파빌리온이다. ‘에어 폴리’는 해양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한 생분해성 비닐로 비닐하우스를 재해석하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는 ‘재활용 건축’을 선보인다. 재료의 수거, 제작, 사용, 분해 과정은 바다에서 도심의 공간으로, 다시 땅과 물로 돌아가는 해조류 비닐의 생애주기를 만든다.
해조류 필름과 부표는 쓸모를 다한 후에도 토양 또는 해양 생태계에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비닐 대체재로 그 가치가 높다. 형태 가공과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조류 원단에 공기층을 만들어 가구, 제품, 의류로 쓰임새를 확장했다. 해조류 필름의 실용 쓰임새를 잘 보여주기 위해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와 협업, 의류와 화분 디자인도 선보인다.
조립, 해체, 이동이 자유로운 모듈 방식의 공간 구조다. ‘에어 폴리’는 제3차 광주폴리 ‘콩집’ 속에 자리 잡아 ‘폴리 속의 폴리’가 됐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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