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사먹을 거잖아”…‘배짱장사 1등’ 이 기업, 큰 코 다쳤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10. 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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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만에 준비·저렴한 가격 앞세워
‘바쁜 일상’ 美직장인들 사로잡았지만
매년 가격 급등…빅맥 5년새 21% 상승
극심한 가뭄·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美축산업 규모 줄어 쇠고기 가격 오른 탓
“2030년까지 햄버거 가격 계속 오를 것”
좋은 재료로 가격 올리는 ‘고급화 전략’도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48년 세상에 나온 맥도날드의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Speedee Service System)’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당시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패스트푸드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한순간에 바꿨습니다. 카운터에서 주문한 햄버거 세트가 30초 만에 준비되는 신속성, 그릇과 포크 등 식기를 없애고 모든 것을 일회용품으로 대체한 편리성, 자동차 안이나 공원 벤치 등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효율성으로 무장한 맥도날드는 출퇴근과 업무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식당으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에 당시 15센트밖에 안 하는 가성비가 더해지면서 맥도날드는 올해 기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3만8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매일 전 세계 인구의 1%를 먹이는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같은 성장 과정을 거친 햄버거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주춧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 김치, 프랑스에 바게트가 있다면 미국에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를 장악했던 ‘가성비 햄버거’의 지위가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햄버거 가격도 같이 빠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패스트푸드 체인의 햄버거 평균 가격은 8.41달러(약 1만1300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약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16% 상승한 수치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장 맥도날드만 놓고 봤을 때도 대표 제품인 빅맥 단품의 평균 가격은 5.29달러(약 7100원)로 2019년에 비해 21% 올랐습니다. 이 같은 가파른 가격 상승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맥도날드는 지난해 4분기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맥도날드는 최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특정 세트메뉴를 할인해주거나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주는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것입니다. 해당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면서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유사한 전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햄버거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햄버거 필수 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쇠고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8월 기준 미국에서 다짐육(Ground beef) 평균 소매 가격은 파운드당 5.58달러(약 75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다짐육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축산업 규모 축소가 꼽힙니다. 2019년 정점을 찍었던 미 축산업 규모는 이후 매년 줄어 올해 1월에는 약 7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2020년의 악재는 팬데믹이었습니다. 그러나 축산업에 종사하는 목장주들에게 그해의 ‘진짜 악몽’은 바로 극심한 가뭄이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땅이 메마르자 가축떼를 충분히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도축되는 물량을 대신할 새로운 공급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육류와 함께 햄버거 가격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기후변화 역시 쇠고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는 더 잦은 가뭄을 유발하기 때문에 목장주들이 키우는 가축 수를 섣불리 확대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로 인해 갈수록 가축 수가 줄고 공급이 끊기면서 쇠고기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현재 미국 축산업에서 가축 수가 현저히 줄어든 이유 역시 2010년과 2020년의 가뭄이 막대한 피해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 [사진 출처 = 맥도날드 홈페이지]
올해에는 그나마 강수량이 회복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록 가축 사료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도 높은 금리와 운영 비용 상승 부담 등으로 목장주들이 다시 섣불리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쇠고기의 원료가 되는 소의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육류와 햄버거 등 가격은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축산업은 날씨에 더해 시장 상황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먼저 시장에 유통되는 쇠고기 가격이 올라야 생산자가 관리하는 가축 수를 늘릴지 줄일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품화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의 생물학적 특성상 이를 감수하고 규모를 키우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될지 계산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암소의 경우 한 번 임신하면 약 9개월 뒤에야 새끼를 낳는데, 이후에도 송아지는 몇 개월 동안 어미소와 함께 생활하며 꾸준히 사료를 섭취해야 합니다. 이후 상품화 전 본격적으로 체중을 늘리기 위해 다른 사육장으로 팔려가 최대 300일까지 머무르게 됩니다.

이처럼 일련의 모든 과정을 거쳐 소 한 마리가 상품화를 위해 도축되기 까지는 30~42개월이 소요됩니다. 출생 이후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도축되는 닭에 비하면 소는 상품화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인건비 상승도 미 축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날씨와 시장 환경에 더해 인건비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 행사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지점들은 실내 식사를 중단하는 방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식품·농업 은행 라보뱅크의 수석 애널리스트 랜스 짐머맨은 “앞으로 할인 행사의 대표주자였던 ‘1달러 치즈버거’는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햄버거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생존을 위해 아예 고품질 재료를 사용하고 가격도 올리는 ‘고급화 전략’을 꺼내드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약 35년 전에 설립된 니만 랜치(Niman Ranch)는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고 높은 품질의 육류를 제공하는 대신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미 유타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펍에서는 니만 랜치 치즈버거가 17달러(약 2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높은 가격이지만 보장된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면서 니만 랜치는 미식가들의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판매 전략은 기업과 목장주 모두에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니만 랜치도 기후변화 위기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가뭄으로 인한 육류 공급 감소와 더불어 운영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니만 랜치 입자에서는 이미 높은 가격을 앞으로 더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미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의 한 펍에서 현재 185달러(약 24만8000원)에 판매되는 니만랜츠 토마호크 립아이는 약 10년 전만 해도 90달러(약 12만원)였습니다. 니만 랜치 등 기업들은 소 한 마리당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니만 랜치 전 총괄 매니저 크리스 올리비에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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