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도 실력 안되면 출전 못하는 양궁처럼”…스폰서 초청 없앤 제네시스 챔피언십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10.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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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월드투어·KPGA 투어 공동 주관
출전 선수 전원 성적으로 최종 확정
KPGA 투어는 대상 포인트로 결정
우승 경쟁 펼칠 선수 선발에 초점
일반적으로 대회 출전 인원의 10%
스폰서에 초청할 수 있는 권한 부여
최강 한국 양궁에 착안해 올해 변화
DP월드투어와 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전경. 임정우 기자
DP월드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초청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KPGA 투어 대회로 열렸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초청 선수 제도를 운영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024 파리올림픽 전관왕을 차지한 한국 양궁처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오직 성적만으로 이번 대회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24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DP월드투어와 손을 잡은 올해 총상금 규모는 400만달러로 커졌다. 우승 상금 역시 68만달러로 한화로 약 9억4000만원에 달한다.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가장 먼저 출전 선수 기준 세우기에 각별히 신경썼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초청 선수를 단 한 명도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DP월드투어와 KPGA 투어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킨 선수들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

KPGA 투어를 포함해 DP월드투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 대부분의 투어에서는 대회를 개최하는 스폰서에 출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각 투어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최사는 전체 출전 인원의 10% 미만으로 초청할 수 있다.

대회 흥행과 유망주 육성 등 다양한 목적으로 초청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제네시스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에게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한 관계자는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 최대한 많이 출전해야 한다고 판단해 KPGA 투어의 경우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30위로 기준을 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하는 대한양궁협회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착안했다”며 “대회 흥행과 유망주 육성 등도 중요하지만 공정성을 더 높은 가치로 고려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방향은 앞으로도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P월드투어와 함께 올해 처음 진행되는 만큼 출전 선수 인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DP월드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DP월드투어에서 KPGA 투어에 10장의 출전권을 배분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네시스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설득했고 최종적으로 30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레이스 투 두바이의 백 9 가운데 마지막 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KPGA 투어 3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4시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자격으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장유빈. KPGA
이번 대회 출전 기준을 상금이 아닌 대상 포인트로 정한 확실한 이유도 있었다. 한 시즌 동안 꾸준히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KPGA 투어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기준이 어떤 것일지 제네시스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상금랭킹보다는 대상 포인트 순위가 꾸준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판단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출전 자격을 획득한 30명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상 포인트 상위 30명 안에 들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낸 KPGA 투어 선수들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주 더 채리티 클래식 정상에 올랐던 조우영은 “지난 4월부터 출전 선수 명단이 확정된 20일까지 대상 포인트 30위 진입은 올 시즌 최우선 목표 중 하나였다. 우승만큼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자격을 얻게 됐다. KPGA 투어를 대표해 출전하는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DP월드투어로 직행하게 된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장유빈은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큰 무대로 나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인 만큼 한국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회를 잡는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도록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쳐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스폰서 초청 선수가 없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DP월드투어 한 선수는 “시드 순번이 뒤쪽에 있어 이번 대회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으로만 출전권을 부여해 한국에 오게 됐다. 플레이오프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도록 이번 대회에서 순위를 70위 이내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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