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난 평생 조연"…故 김수미, 마지막 원고는 '안녕히 계세요'였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고(故) 김수미가 마지막으로 집필 중이었던 책 제목이 '안녕히 계세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인 김수미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은 26일 고인의 빈소에서 만난 연합뉴스에 고인이 생전 집필하던 책에 대해 얘기했다.

정 이사는 "고인이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고인이 미리 정해둔 책 제목은 '안녕히 계세요'였다.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정 이사에 따르면, 김수미는 '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아직 꽃 피우지 못한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다.

서효림은 시어머니인 김수미를 '엄마'라 표하며 "주변에서 '시어머니 무섭지 않냐'고 하는데 '우리 엄마가 나 더 무서워해'라고 응수했었다. 최근에 엄마가 회사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고, 힘들어하셨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제가 그랬다. '엄마, 우리 여배우끼리 얘기해보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우리가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져야지'. 그랬더니 엄마가 '마음은 나도 너무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조문 와주신 분들 모두 '황망하다', '어제도 통화했는데', '사흘 후에 보기로 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는 서효림은 "늘 동료와 후배, 그중에서도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셨다. 음식 한 번 안 받아본 분들이 없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영정 사진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속 사진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전에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써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지금도 집에 가면 드라마 재방송 보면서 그대로 계실 것만 같다. 더 잘하지 못해서 후회되고, 그래도 엄마와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김수미는 25일 오전 7시 30분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 원인은 고혈당쇼크로 알려졌다. 유족은 남편 정창규 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며느리 서효림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11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