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거창한 도전보다 재밌는 걸 찾아 시도한다”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10.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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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복귀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박정민(37)이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그에게는 배우, 작가 그리고 출판사 대표라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과 관련해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0월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신철 작가가 공동 집필로 각본을 완성했으며,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에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당당히 선정됐다.

박정민은 극 중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극 초반 여린 마음을 가진 도련님에서 분노에 찬 무사로 변해 가는 종려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박정민으로서는 첫 정통사극 도전이다. 박정민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 후 《동주》 《더 킹》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시동》 《헤어질 결심》 《밀수》 등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현재는 출판사 '무제'를 운영 중이며, 작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샘컴퍼니 제공

첫 사극 도전이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소감은.

"우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게 확실한 대본들을 좋아한다. 이 작품이 그랬다."

OTT 작품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 완성된 영화를 못 봤던 상태였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어울릴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개인적으로 OTT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사람들 삶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플랫폼이기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OTT와 극장 영화의 우열을 굳이 가리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전,란》의 경우 상업성이 짙다는 점에서 개막작 선정이 놀라운 부분은 있었다. 한데 개막작 시사 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왜 선정됐는지 납득이 가더라. 현장에서 편집본도 안 보는 편인데, 결과물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감독님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촬영 중간 칭얼거렸던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사극에 첫 도전한 소감도 궁금하다.

"사실 처음 촬영 때는 너무 힘들어서 5년 동안 사극 안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첫 사극이라 액션도 연습해야 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해서 힘들었다. 한데 지금은 힘들었던 걸 다 잊었다. 그래서 5년 운운했던 그 말은 취소하겠다. 좋은 작품 들어오면 하고 싶다. 하하."

《전, 란》에서 맡은 역할이 조선 최고의 무신 가문의 아들 '종려' 역이다. 감정을 분출하는 역이다.

"사실 감정을 분출하는 인물을 연기한 경험이 많지 않다. 애초에 김상만 감독의 조언은, '셰익스피어 속 비극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분노에 싸인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다. 근데 그 말이 더 어렵더라. 이번 작품의 경우, 제멋대로 연기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석대로 하고자 했다. 자연스러워야 했고, 역할에 어울려야 했다. 2시간 안에 널뛰는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더 치밀히 연기해야 했다."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촬영장에서 선배님을 보면서 '멋있다'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섬세하고 잘 챙겨주시더라. 사실 엄청 막역하게 하진 못했고 저 혼자 흠모하는 감정을 가지는 정도였다. 연기나 액션을 할 때 넋 놓고 구경하게 되는 배우가 몇 있는데, 강동원 선배님이 그중 한 명이었다. 액션을 하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우라가 있더라. 사실 사극이 밤 촬영도 많고 분장에, 이래저래 힘들 수밖에 없다. 한데 강동원 선배님이 워낙 매사에 신나게 일하니까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짜증을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저는 몰래 혼자서 짜증을 냈다. 하하."

시나리오를 쓴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도 궁금하다. 계속해서 작품을 통해 만나고 있다.

"《헤어질 결심》을 통해 처음 감독님과 짧게 인연이 닿았다. 이후 《일장춘몽》(2022)에 또다시 캐스팅됐고, 끝나자마자 《전,란》에 합류하게 됐다. 캐스팅 의뢰가 왔을 때 고민 없이 넙죽 한다고 말씀드렸다. 《일장춘몽》으로 나의 사극 비주얼을 테스트해본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했다. 사실 감독님이 나를 왜 계속 선택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 싶다. 하하."

배우뿐만 아니라 하는 일이 많다. 글을 쓰는 작업은 오랫동안 해오고 있고(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에세이집을 낸 바 있다. 현재 '문학동네' 뉴스레터를 연재 중이다), 현재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가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보통은 새벽에 깨어있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문득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란 마음이 든다. 거창한 도전보다는 재밌는 걸 찾아서 시도하는 것 같다. 출판사 일도 마찬가지다.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책임감이 생긴다. 출판사는 설립 이래 적자를 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웃음)."

책을 만드는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창작의 희열을 느낀다고 할까. 인재들을 찾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좋은 원고를 잘 포장하는 과정이 즐겁다. 연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최근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 업계 관계자로서 어땠나.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을 정말 좋아한다. 과거 책방을 운영했을 때도 저희 책방에 한강 작가님 작품으로만 한 파트가 있었을 정도였다. 실제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한강 작가님 책 중에 《흰》과 《소년이 온다》를 특히 좋아한다. 덧붙여 저는 사실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강 작가님 글이 충분히 외국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글이라 생각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노벨문학상을 충분히 받으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게 올해라 조금 놀랐다. '우리도 되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면서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기뻤다. 감사하다."

그동안 그야말로 '열일'을 했다. 그래서인지 지쳐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만 무려 46편이다. 그래서 당분간 휴식을 하려고 한다. 휴식을 선언한 이유는, 배우로서 다시 채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내가 어떨 때 어떤 말을 쓰고, 어떤 표정을 하고, 이런 대사에서 이런 표정을 느끼고 이런 것들을 다시 채집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 끝에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나 하는 걱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저 자신을 다스리고 한 텀 쉬면서 생각해 봐야 하는 때인 것 같다. 덧붙이자면 제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를 좀 더 키우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내년에 인지도가 높은 작가님과 작업을 하는데 얼렁뚱땅 만들 수 없다."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 중인데,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이 직업이 남의 이야기에 너무 많이 휘둘리는 게 사실이다. 이 시대가, 고개만 돌리면 어렵지 않게 남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멘털을 부여잡으려면 에너지가 깎인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란》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무척 만족하며 봤는데, 그 순간 '다른 사람도 이 영화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남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좀 슬펐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 내가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제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대로 좋아하게 만드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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