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매개 병원체, 비둘기·고라니가 인간에게 직접 옮길 수도··· 유전자 유사해
고라니와 비둘기 등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진드기 매개 병원체를 옮길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최창용 교수 연구팀은 ‘한국 야생동물의 진드기 매개 병원체 순환’이란 제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원 헬스’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구조센터와 치료센터 6곳에 이송된 야생동물 355마리의 혈액 샘플 280개와 비장 샘플 96개를 채취해 진드기 매개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검사했다.
분석 결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진드기매개뇌염 바이러스, 크리미안콩고출혈열 바이러스, 랑야 헤니파 바이러스 등 진드기 매개 병원체 13종이 검출됐다. 다만 쓰쓰가무시병 균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들 병원체는 인간에게서 나온 진드기 매개 병원체와 유전적으로 거의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에 치여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된 고라니 사체에서 채취한 SFTS 바이러스를 보면 인간 혈청에서 추출한 SFTS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99.84~99.94% 유사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SFTS는 국내에서 2013년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지난해까지 1895명이 감염되고 355명이 사망해 누적 치명률 18.7%를 기록했다. 아직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치명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다.
현재까지는 야생동물이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인간에게 직접 전파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이렇듯 높은 유전적 유사성은 야생동물이 얼마든지 진드기 매개 병원체를 보균하고 확산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고라니, 너구리, 집비둘기, 멧비둘기, 흰뺨검둥오리, 큰부리까마귀, 왜가리, 갈매기, 황조롱이처럼 인간과 생활권을 일부 공유하는 동물에게서도 진드기 매개 병원체가 검출된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연구진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로 인간과 접촉이 늘어나 야생동물의 진드기 매개 병원체가 인간에 전파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야생동물의 경우 진드기 매개 병원체를 여러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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