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피크’는 올 것인가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10.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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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OPEC, 상반된 전망…“2030년부터 감소” vs “계속 증가”
관건은 중국과 인도…빗나간 ‘피크오일’ 이론 기억해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에너지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에너지도 변화해 왔다. 더 많은 에너지를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이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 인류의 역사다. 사람의 힘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던 시절에는 더 많은 노예를 확보할 수 있는 제국이 패권국가였다. 동물의 힘을 사용하게 되면서 대량의 가축을 사육할 수 있는 초원지대의 유목민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석탄을 사용하게 되면서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패권국으로 떠올랐고, 석유가 등장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적인 국가로 등장했다. 이후 원자력과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등장했지만 제일 중요한 에너지 자리는 석유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높은 열량과 운송·저장의 편리함 그리고 대규모 매장량은 석유를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만들어줬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두려움도 커져 갔다. 오래전 만들어진 석유 매장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석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급속히 감소하고 인류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1956년 미국 지질학자 킹 허버트의 '피크오일' 이론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하지만 인류는 지속적 탐사활동과 기술 개발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석유를 찾아내면서 피크오일의 도래 시기를 계속 늦추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과거에는 경제성 있는 석유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던 셰일층에서의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 유전 벨트'내 엘티그레 인근 유정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 ⓒ연합뉴스

구조적 경제 변화·전기차 보급 등이 영향

관심은 석유 수요가 언제까지 증가할 것인지를 둘러싼 '수요 피크'로 옮겨가게 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인해 석유 수요가 조만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올해 6월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 2024'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IEA는 석유 수요에 대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세계 석유 수요는 2030년 하루 1억600만 배럴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IEA는 전망했다. 전기차 보급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 개선, 구조적 경제 변화 등에 따라 석유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시기별로 나눠보면 2024~25년까지는 석유 수요가 하루 100만 배럴 증가하겠지만 이후 증가 폭이 둔화하면서 2029년에는 석유 수요 증가가 0을 기록하며 2030년부터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OPEC(오펙)은 IEA가 과거 수요 예측에 계속 실패했음을 지적한다. 과거 IEA는 세계 휘발유 수요가 2019년 정점을 찍었다고 예상했지만 정작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OPEC은 IEA가 현실에 바탕을 둔 전망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에 전망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IEA의 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OPEC은 선진국 이외의 지역에서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45년까지 중국과 인도에서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다른 개도국을 포함할 경우 선진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수요는 하루 2500만 배럴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OPEC의 예측이다. 수십억 명에 달하는 개도국 인구가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 가운데 대부분은 석유가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의 수요도 IEA가 전망한 것처럼 2027년 이후 급속히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넷제로 달성을 위한 무리한 정책에 따른 반발, 기술 발전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선진국의 수요 감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는 2045년 하루 1억160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OPEC의 판단이다.

10월20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석유 수요량 엇갈리는 중국과 인도

OPEC의 수요 전망이 맞는다면 과연 공급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OPEC은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현재 확인된 세계 원유 매장량은 1조5500억 배럴을 넘어서고 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매장지 발견, 생산효율 향상 등에 따라 21세기는 물론 그 이후 시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석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석유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안정적 수요로 이어진다는 것이 OPEC의 논리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OPEC은 석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 감내하기 힘든 가격 상승은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의 확대를 불러 궁극적으로는 석유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IEA와 OPEC의 전망에서 핵심은 중국과 인도다. 최근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2023년 중국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150만 배럴 증가했지만 올해는 하루 18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둔화, 전기차 판매 증가 그리고 고속열차 보급 확대에 따른 항공유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대형 트럭들이 경유에서 LNG로 급속하게 연료를 전환함에 따라 중국 전체 석유 사용량의 25% 내외를 차지하는 경유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반면 인도의 석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23년 하루 548만 배럴이었던 인도의 석유 수요는 2024년 들어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감 수준에 따라 석유 수요 피크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와 배터리 가격 하락을 통해 '전기차 대세론'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낮은 수요로 인해 오히려 과거 기술로 여겨지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미래 전망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잘못된 투자 결정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당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과 예측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석유는 자동차 연료뿐만 아니라 화학산업 원료로 활용되고 있음을 고려해볼 때 석유의 시대는 예상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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