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부천오정도서관 [공간의 재발견]

조혜정 기자 2024. 10. 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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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서는 매년 만화축제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런 문화적 노하우를 인정받아 2017년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인정됐으며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며 도서관별 특화 주제를 뚜렷이 갖고 있다. ‘만화’가 특화주제인 오정도서관은 전체 장서량의 14%에 달하는 도서가 만화책 정도로 대표적인 만화도서관이다.

부천오정도서관 종합자료실. 도서관 제공

전체 장서량의 14%가 만화책

부천시는 ‘만화’라는 주요 콘텐츠를 갖고 있는 도시다. 올해로 27회를 맞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이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이달 25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2017년 동아시아 지역 최초이자 세계에서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된 바 있는 부천시는 오랜 기간 축적된 ‘만화 도시’의 노하우와 문화 사업·교육·도서관·시민 역량이 결집된 노하우를 유네스코 네트워크로부터 인증받았다.

부천오정도서관은 부천의 11번째 도서관이다. 부천시는 2016년 행정체제 개편으로 책임읍면동제를 실시하며 일반구제를 폐지했는데 오정구청으로 사용되던 유휴공간에 ‘오정어울마당’을 조성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노인복지관, 생활문화센터 등 공공기관이 입주했으며 2024년 현재 행정체제 재개편으로 구청이 부활해 청사 공간 재배치 등을 거쳐 도서관과 여러 기관이 공존하고 있다.

부천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오정도서관이 위치한 권역은 원도심으로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고 있던 지역이었기에 공공도서관 건립은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었다. 별도의 부지를 설정해 오정도서관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던 부천시는 오정구청을 공간을 활용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과 기간을 대폭 절감하게 됐다.

2017년 4월 개관한 오정도서관은 올해로 개관 7년을 맞았다. 연면적 2천147㎡로 오정구청 청사 1층과 2층 일부를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공간 조성 등 시작 단계부터 직원들이 참여해 다른 도서관과 차별화를 실현했다. ‘만화도시’라는 부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북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개관 초기인 2017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방문객 28만명이라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으며 이용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도서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평균 95%로 높게 나온 것도 오정도서관이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만화아지트 입구. 도서관 제공

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오정도서관의 공간 모티브는 조성 단계부터 참여한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골목길’을 콘셉트로 한 서가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이어지고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호기심과 지식, 이야기의 보고인 도서관의 특징과도 잘 어우러진다.

도서관 1층은 구청사 건물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내부에 계단을 만들어 서가 공간과 열람 공간을 분리했다. 자료실 내부에는 오정도서관의 자랑 ‘다락’이 있는데 작은 계단을 오르면 분리된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옥상과 아래층 공간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에는 오정도서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만화아지트’ 공간이 있다. 만화 특화 도서관답게 전체 장서 9만8천544권 중 14%에 해당하는 1만4천46권이 만화 도서이며 2023년 기준 만화책 대출량도 전체 관외 대출량 15만9천717권 중 18%인 2만8천701권을 차지했다.

만화아지트는 학습만화 서가, 만화 열람좌석, 웹툰 서가, 우수만화 전시코너 등 다양한 만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웹툰을 비롯한 각종 출판 만화를 판타지, 로맨스, 액션, 일상, 기타 등 5개 장르로 구분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오정도서관은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변별력을 갖기 위해 2024년 현재 만화를 소재로 한 11가지 프로그램을 70회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선정 시 만화로 한정 짓기보다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아이패드 모션툰, 캐릭터툰, 한컷 일기툰 등 디지털 드로잉 등 관련 콘텐츠로 그 폭을 넓혀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한 캐릭터 만들기, 굿즈 제작 등 온라인 공방 창업 수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의 관심 주제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취미활동을 넘어선 수익 창출의 기반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도서관 측은 만화도서 구입 시 이용자들이 많이 찾을 만한 책을 들이기 위해 2023년부터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 연 2회 만화 희망도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수요조사에는 27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817권을 신청했고 그중 415권을 선정해 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 4회 만화 신간도서를 수시로 확충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자료 구입량 8천175권 중 13%에 해당하는 1천78권을 만화책으로 구입했다.

부천오정도서관은 오정구청 청사 1층과 2층 일부를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서관 제공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

오정도서관은 만화특화도서관이면서도 공공도서관 본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과의 협력·연계 등 독서복지 실현을 위한 도서관 사업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찾아가는 만화교실’ 3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내 대명초, 덕산중, 수주고 등 3개교에서 도서관 나들이, 찾아가는 저자특강,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 도서관 체험 및 독후활동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톡톡 책읽는 오정’ 코너를 통해 매월 1회 일반도서 10권, 아동도서 10권을 추천하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만화책뿐 아니라 일반도서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갖고 독서량을 늘리도록 길잡이가 돼 주는 기획이다. 또 만화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즐기도록 분기별로 10~15권씩 선정해 장르 만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연령대별 베스트 대출도서를 선정하는 등 이용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구청이 부활함에 따라 구청사 내에 입주한 여러 공공기관과 더불어 책과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마음 먹고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 찾는 문턱 높은 도서관이 아닌, 오며 가며 들러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부천오정도서관

주소 : 부천시 오정구 성오로 172(오정동, 오정구청)

운영시간 :

월~목: 오전 9시~오후 10시

(아동실, 만화아지트(오전 9시~오후 6시)

토~일: 오전 9시~오후5시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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