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 공개 外 [문예소식]

이강은 2024. 10. 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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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을 통해 음악을 듣는 분들은 마치 지휘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하실 겁니다. 오케스트라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죠.”(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지난 23일 서울시향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애플뮤직 제공
서울시향이 최근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을 공개했다. 지난 23일 서울 애플 명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츠베덴 감독은 “말러는 청취자들을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음악가로, 미술에 비유한다면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빨아들여 작품의 일부가 되게 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곡을 꾸준히 연주하다 보면 더 완성도 높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는 예술의전당이나 롯데콘서트홀 같은 좋은 연주회장이 있다”며 “이번 음원의 긍정적인 점은 이런 곳에서 연주한 실황을 녹음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은 내년 1월 말러 교향곡 2번을, 2월에는 7번을 녹음한다. 앞서 츠베덴 감독은 5년 임기 동안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녹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음원은 소리가 모든 방향에서 들리도록 하는 ‘공간음향’ 기술을 적용해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악기 특성에 맞는 마이크 50여 개를 동원해 음악을 녹음하고 스튜디오에서 섞는 작업을 거쳤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은 안은진. 국립극단 제공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파란만장한 삶과 업적을 다룬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레빗 역을 연기한다.  미국 작가 로렌 군더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19세기 초 미국에서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묵묵히 앞길을 개척해 나간 과정을 그린다. 레빗은 변광성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와 주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레빗 법칙’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에드윈 허블이 1929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입증하면서 레빗은 우주 팽창 발견에 중요한 초석을 다진 천재 천문학자로서 사후에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

윤색을 맡은 김민정 연출은 “하루에 하늘을 몇 번 올려다보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하게 될 때 ‘사일런트 스카이’로 위안을 얻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배우 안은진이 레빗 역을 맡고, 홍서영이 동생 마거릿 레빗 역을 연기한다. 하버드대학 천문대의 광도 측정가 윌러미나 플레밍 역은 박지아가, 항성 분류법의 기준을 마련한 애니 캐넌 역은 조승연이, 하버드대학 천문대장의 제자 피터 쇼 역은 정환이 각각 맡는다. 공연은 다음 달 29일부터 12월28일까지.

연극 ‘어슬렁’의 한 장면.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제공
●…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최근 공연된 우수작 중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을 초청해 재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3회 연극 판(PANN) 페스티벌’이 다음 달 17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지난 17∼20일 공연된 극단 위대한 모험의 ‘남자들’과 23일 개막한 907의 ‘어슬렁’(27일까지), 극단 D7의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감노슈가·11월 6~10일 동숭무대 소극장)가 선정됐다. 

‘남자들’은 네 남자의 20대부터 80대까지의 인생을 통해 누구나 겪는 실패와 좌절,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겪는 소외와 고독,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년 신촌극장에서 초연한 ‘어슬렁’은 코로나19 사태로 휴강이 된 줄 모르고 학원에 온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는 내용이다.  

감노슈가는 지난해 제11회 서울 단편극 축제에서 초연된 극단 D7의 창단 작품이다. 이번에는 장편으로 개작돼 관객과 만난다. 

●…전통 악기 양금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음악 축제인 ‘2024 세계양금축제 in 서울’이 다음 달 3∼8일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양금은 원래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기원한 현악기로, 여러 나라를 거치며 그 형태와 연주 방식이 다채롭게 변형됐다. 특히 유럽에서는 헝가리의 ‘침발롬’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각국 민속음악과 결합하며 독특한 음악적 색채를 더해왔다. 한국의 양금은 조선시대 도입돼 국악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으며, 전통적인 12현 양금에서 발전해 현재는 더 다양한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개량형 악기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번 축제는 중국과 헝가리, 싱가포르 등 15개국 이상에서 200여 명 연주자가 참가해 양금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세계 양금 대회 처음으로 ‘세계양금콩쿠르’가 개최된다. 개인 및 단체 부문으로 나눠 유아부터 일반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며, 개인 연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 함께하는 협연도 가능하다. 한국양금협회 윤은화 회장은 “콩쿠르를 통해 양금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히고, 미래의 연주 인재를 발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김연홍, 김보림, 진수영 작가의 ‘초대[招待]- INVITATION’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촌 한옥에서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꿈을 지을 공간 프로젝트’ 행사 중 하나로 기획됐으며, 형태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다양한 선들을 모아 화려한 색채로 작품활동을 하는 세 신진 작가가 참여했다. 

김연홍 작가는 가상의 계절을 상상하여, 계절의 가시적 또는 비가시적 요소의 흔적을 캔버스에 표현한다. 물감이 스며들고 퍼지는 기법을 사용하여 형태의 경계가 무너지고, 물감의 우연성에 의해 발생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나타낸다.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명한 컬러가 특징인 김보림 작가의 작품은 날것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물인 컬러풀한 꽃과 과일 작품을 선보인다. 

진수영 작가는 2007년부터 차(Tea)를 우려낸 찻물로 티드로잉(Teadrawing)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고 깊은 색감을 내는 티드로잉 작품은 티가 흘러내리고, 마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들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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