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형편없는데…퇴직연금 수수료만 1조4000억 챙긴 금융사들

노기섭 기자 2024. 10. 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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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삼성생명·하나은행 순으로 수익 많아
퇴직연금 적립금 400조 원 육박…수수료 장사에 직장인만 봉?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지난해 수수료로만 1조4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만큼 가입자에게 충분한 수익을 안겨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이 통합연금포털에 올린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를 보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42개 금융사(보험사 16개·은행 12개·증권사 14개)가 2023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연간 수수료 수입은 1조4211억8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10개 금융사를 보면,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1774억1900만 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어 신한은행(1699억1300만 원), 삼성생명(1419억2800만 원), 하나은행(1308억1900만 원), 우리은행(1170억1100만 원), IBK기업은행(1075억2200만 원) 순이었고, 미래에셋증권(962억2500만 원), NH농협은행(827억4600만 원), 교보생명(400억8900만 원), 한국투자증권(383억82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 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민간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회사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금융사(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업무 서비스(운용관리업무·자산관리업무· 펀드 소개 등)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 등으로 나뉜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적정한 운용 방법에 대한 컨설팅이나 적립금 운용 현황에 대한 기록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고 지불하는 돈이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계좌 설정, 연금을 포함한 급여 지급 등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받아 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말한다. 특히 펀드 총비용은 운용수익과 상관없이 가입자(근로자 개인)의 투자 금액(원금+손익)에서 원천적으로 징수해간다.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차등 요율 방식이나 단일 요율 방식 등 일정 비율로 부과하기 때문에 향후 적립금 규모가 커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 원에 못 미쳤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 뒤인 2016년 147조 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8년 190조 원, 2020년 256조 원, 2022년 336조 원, 지난해 382조4000억 원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는 1분기 현재 385조7000억 원으로, 4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연평균 약 9.4% 성장세를 보이면서 10년 뒤인 2033년이면 지금의 2.4 배인 940조 원에 달해 ‘1000조 원 시대’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막대한 수수료가 지출되고 있지만, 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불과하다. 그나마 2%대 수익률을 낸 것도, 지난해 주식시장 강세 등에 힘입어 전년(0.02%)보다 수익률(5.25%)이 많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 미치치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보다도 저조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63%로 7%가 넘는다. 이 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94%로 2% 미만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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