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률 줄어 레드오션? ‘하이엔드’ 시장은 찐 블루오션이죠” [강홍민의 굿잡]

2024. 10. 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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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플래너’ 양해랑 해랑컴퍼니 대표



성격 유형 검사, MBTI의 마지막 알파벳은 J 혹은 P로 각각 계획형, 즉흥형을 의미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방식으로 할 수 있지만, 여기 계획형이 필수인 직업이 있다. 바로 ‘웨딩플래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계획을 세워야 하는 ‘웨딩플래너’는 누군가의 평생 한번 뿐인 결혼식을 함께 준비하는 직업이다. 12년 동안 1,000여 번의 결혼식을 맡아온 양해랑 플래너를 만나 웨딩플래너의 세계를 들어봤다.

최근 2030세대에서 결혼을 포기하는 부류도 생겨났다고 하는데, 결혼시장에도 변화가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작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 동안 결혼식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운이 좋은 건지 제가 진행한 결혼식의 수는 크게 변화는 없었어요.”

한 달 평균 몇 회의 결혼식을 진행하나요.
“때에 따라 다르긴 한데, 평균적으로 8~10건 정도 진행해요. 주말마다 결혼식이 예정돼 있거든요. 매주 주말은 결혼식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결혼을 해 본 분들은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친숙할 텐데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웨딩플래너는 전체적인 웨딩을 계획하는 직업이에요. 간혹 커플매니저랑 헷갈리시는 분들도 있는데, 웨딩플래너는 예비부부에게 결혼 준비의 전반적인 틀을 잡아주고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커플을 만들어주는 커플매니저와는 다른 직업이죠.”

결혼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예비부부와 상담하는 것으로 시작돼요. 보통 결혼식 1년 전에 가장 많이 상담을 신청해요. 사실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기 때문에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을 비롯해 상견례·신혼여행 장소 등 시기별로 준비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드리는 게 제 일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동행 플래너다 보니 스튜디오 촬영, 본식 등도 함께 가곤 하죠.”

 

“결혼식 준비를 위해 시기별로 해야 할 일들 정리···본식 당일 예상치 못한 일 해결까지”

결혼식 당일에도 가나요.
“사실 동행 플래너라고 해서 본식까지 가는 게 의무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1년을 준비한 큰 행사이고, 마무리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에 가고 있어요. 본식 날에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사고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자주는 아니지만 실제로 있긴 해요. 얼마 전엔, 본식 당일 갑자기 신부 드레스가 맞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간혹 2~3시간 동안 너무 작은 드레스를 입으면 쓰러지시는 분들이 있어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날은 현장에서 헬퍼 이모님과 드레스를 뜯어 신부 사이즈에 맞게 재가공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결혼식은 잘 마무리됐어요. 많진 않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보면 본식 날에도 웨딩플래너가 함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돌발 상황에서는 신랑, 신부님을 안심시키는 것도 웨딩플래너 역할이니까요.”

예전과는 달라진 결혼 준비 과정도 있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비해 준비항목이 더 세밀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신부 드레스숍에서 신랑 턱시도도 대여했는데, 요즘에는 신랑 예복을 별도 숍에서 대여해요. 또 촬영 때 신부님의 드레스가 바뀔 때마다 헤어를 스타일링해주는 분들도 생겼어요. 물론 남자 헤어를 담당하시는 분들도 따로 있고요. 뿐만 아니라 플라워 디렉팅이라는 것도 생겨서 플로리스트들이 직접 현장에 있는 꽃을 배치해 주시기도 해요. 이런 것들은 제가 담당하는 하이엔드 결혼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예비부부가 하는 과정이에요.”

하이엔드 결혼식은 보통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요.
“오시는 분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데, 드레스와 턱시도 대여, 스튜디오 촬영까지 4,000만 원 이상 들었던 케이스도 있어요. 단순히 금액으로만 본다면 상위 1% 정도 될 것 같네요.”

직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정해진 정년이 없다는 것이 웨딩플래너의 큰 장점이죠. 또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요. 연봉도 꽤 높은 직업이고, 항상 좋은 일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같아요. 반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게 단점이에요. 매달 정해진 월급이 들어오진 않으니까요.”



 

“‘스드메’ 계약 수수료로 수입 책정···업체마다 상이”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웨딩플래너마다 천차만별인데, 개인적으론 2~3년 차 때쯤부터 연봉 1억 이상씩 벌고 있어요. 저도 처음 시작했을 땐 교통비만 받고 일했어요. 노하우도 없고 데이터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점차 경력이 쌓이고, 경험도 많아지다 보니 연봉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요.”

웨딩플래너 수입은 어떻게 책정하는 건가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일명 ‘스드메’를 포함한 단계별 계약의 수수료가 수입을 결정한다고 보심 돼요. 업체마다 다 정해져 있고, 회사 간 이루어진 계약으로 웨딩플래너의 수입이 책정돼요.”

결혼할 땐 무조건 플래너가 있어야 하나요.
“무조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플래너가 있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보통 결혼식은 처음이라 옆에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혼자 결정하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본인이 원하는 걸 잘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래너가 여러 면에서 이득일 수 있어요.”

 

“끊임없이 소통하는 직업···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웨딩플래너가 갖춰야 할 부분은 뭐가 있나요.
“일단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누군가의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함께하는 일이니 책임감 있게 일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죠. 꼼꼼함도 필수죠. 전 일할 때만큼은 ‘파워 J’로 바뀌어요.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거든요. 또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는 직업이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부님 혹은 신랑님이 어떤 걸 원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빠르게 알아내려면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웨딩플래너로서 직업병이 있다면.
“친구들과 약속이 잡히면 항상 단톡방에 위치·오는 길 등 정보를 보내요. 약속 날짜 3일 전에 리마인드 해주고요. 또 연락에 답을 정말 빨리 해요.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은 한시가 급한 경우가 많아서 습관이 됐어요.(웃음)”

웨딩플래너의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웨딩플래너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감성적인 분야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웨딩플래너로 일하다 보면 소극적인 분들도 있어요. 그럼, 그분들의 마음을 빠르게 알아차려서 제가 대신 의견을 전달해야 해요. 소통이 중요한 직업인만큼, 직업적 비전도 밝을 것 같아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세은 대학생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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