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면 달라질 텐데...”라던 삼성 박진만 감독의 자신감은 ‘허장성세’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지난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박3일’짜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뒤 곧바로 이어진 2차전도 그 여파로 내리 내준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경기 뒤 “이제 대구로 간다. 우리의 승리 패턴은 장타가 나와야 한다. 대구에 가면 장타를 생산해서 그 흐름으로 분위기를 바꿔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의 자신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이었다. KBO리그를 통틀어 가장 타자친화적인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를 홈 구장으로 쓰는 ‘사자군단’의 방망이는 과연 달랐다.
이미 라팍에서의 ‘홈런 라이온즈’는 검증된 바 있다. 2016년 개장 후 ‘라팍 효과’를 정작 본인들으 누리지 못하고, 라팍에 원정오는 상대팀들만 누렸다. 개장 9년 차인 2024년에야 비로소 삼성이 라팍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올 시즌 팀 홈런 185개를 때려내며 전체 1위에 올랐다. 185개 중 홈인 라팍에서 때려낸 홈런만 120개에 달한다.
24일 라팍에서 열린 KS 3차전. 이날마저 패한다면 삼성은 안 그래도 우승확률 90%를 KIA에게 내준 상황에서 100%까지 몰릴 위기였다. 아직 KS에서는 단 한번도 ‘리버스 스윕’은 나온 적이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사자군단을 구해준 것은 역시 대포였다. KIA 선발 에릭 라우어가 좌완투수기 때문에 이날 8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우타자 이성규가 포문을 열었다. 3회 1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이날 첫 타석에 들어선 이성규는 볼카운트 1B-2S에서 라우어의 시속 151km짜리 빠른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0의 균형의 깨는 소중한 솔로포 선취점이었다.
이후 위기도 맞았다. KIA는 5회초 2사 1,2루에서 최원준이 외야로 뻗어가는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으나 삼성의 ‘KIA 킬러’ 좌익수 김헌곤이 이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KIA는 6회초 좌전안타를 친 박찬호가 2사 후 2루 도루에 성공하자 최형우가 우전 적시타를 날려 1-2로 추격했다. 1점 차로 따라붙은 KIA 이범호 감독은 한 점차를 유지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서스펜디드 게임 영웅’ 전상현을 투입했다. 전상현은 지난 23일 6회초 무사 1,2루로 재개된 1차전에 마운드에 올라 그 위기를 끄는 등 1.2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된 바 있다.
전상현에게 당했던 것을 삼성 타자들은 대포로 되갚았다. 전상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데는 공 2개면 충분했다. 삼성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헌곤은 전상현의 초구 143km 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전상현의 초구 138km 짜리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며 ‘백투백 홈런’으로 점수차를 4-1로 벌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KIA도 이대로 물러나진 않았다. 8회 2사 2루에서 김도영의 좌전 적시타로 2-4로 따라붙었다. 9회초에도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박찬호가 3루 땅볼로 물러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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