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임박 둔촌주공, '추가분담금 1.2억'… 시공사 공사비 증액 횡포
집들이 압두고 작업 중단 날벼락에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 협상해 합의
조합원들은 입주를 앞둔 상황인 만큼 업체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어 입주 직전 공사중단은 시공사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기반시설 담당 시공사인 동남공영·중앙건설·장원조경 등 3개 업체는 210억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다.
당초 시공사들이 요구한 증액안을 조합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공사가 25일부터 재개되면서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입주도 계획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조합은 다음달 예정된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 안건을 상정하고 공사 기간도 오는 31일에서 다음달 25일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공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내야 하는 적체상금을 물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사비 분쟁은 단지 내 도로·공공건축물·조경 등 기반시설 공사를 맡은 해당 시공사들이 물가 상승과 공기 연장 등을 이유로 320억원가량의 사업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조합이 이를 거절한 데 이어 지난 17일 대의원회의에서 금액을 대폭 낮춘 170억원 인상안마저 부결되자 시공사들은 19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이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 시공단과는 별도로 조합과 계약을 맺은 업체들로 당초 공사비는 3000억원 내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가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공사 중단으로 준공승인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입주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조합이 시공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들에게 다음달 27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입주하는 것으로 안내한 바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입주가 늦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며 "격렬하게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2017년 이주 이후 벌써 7년째이다 보니 다들 지쳐서 '모르겠다, 증액해주고 일단 입주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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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6개월이면 할 수 있는 공사를 지연시키며 공기를 늘린다거나 공기 일정을 맞추려면 야간 공사를 해야 한다며 입주가 다가왔을 때 증액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인상 요구를 반복하는 경우라면 시공사의 횡포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조합원은 현재 약 6000명으로 1인당 부담하게 될 추가 분담금은 평균 1억2000만원대로 잠정 책정된 바 있다. 공사비 지출 증가분이 분양 수입 증가분보다 초과될 경우에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분양 수입이 적을 경우 추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소송으로 다투게 되면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할 것이고 당장 입주해야 하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게 돼 아주 큰 금액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항을 공사 도급 계약에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겠지만 계약대로 시공했음에도 돈을 더 요구한다면 시공사의 잘못"이라며 "계약서 작성시 이런 부분까지 예상해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2032가구로 구성된 단지다. 앞서 2022년에도 조합과 시공단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조합의 설계 변경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업체가 비용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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