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역에 울린 을사늑약 원흉을 처단한 총성 3발 [역사&오늘]

10월 26일,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

사살되기 직전의 이토 히로부미(왼쪽에서 두 번째). (출처: Unknown author, 사진(1909),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쏜 총에 맞아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사살됐다.

1905년,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여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들었다. 이는 조선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는 을사늑약 이후 조선 초대 통감(총독)으로 취임해 조선을 완전히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대한의군 참모 중장으로 독립운동에 투신 중이던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철저하게 암살을 계획했다. 그는 동지들과 함께 암살 계획을 세우고, 거사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역에 도착해 미리 정해진 장소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렸다.

이토 히로부미가열차 안에서 러시아 재무상 블라디미르 코콥초프와 회담하고, 열차에서 내려 의장대를 사열하는 순간 안중근 의사는 준비해 간 권총을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3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현장에서 죽었다. 안중근 의사는 도망가지 않고 가슴해 품었던 태극기를 꺼내든 뒤 에스페란토어로 '코레아 우라'(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런 다음 러시아 제국군 헌병들에게 담담하게 체포됐다.

안중근 의사는 재판에서 "나는 군인으로서 동양 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며 이토 히로부미의 죄 15가지를 주장하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함을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죽더라도 한국은 반드시 독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침략에 시달렸던 중국은 안중근 의사를 영웅으로 추앙하며 그의 행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하얼빈 의거 이후 러시아에 체포되어 일본으로 넘겨졌고,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1910년 3월 26일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일본인 간수 중에는 그의 고귀한 인품에 감동받아 그를 숭배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