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정무위(종합)]'甲질 횡포' 질타에 여야 없었다

김성은 기자, 권화순 기자, 방윤영 기자, 박광범 기자 2024. 10. 2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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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종합감사=강준현(민), 강훈식(민), 김남근(민), 김병기(민), 김용만(민), 김현정(민), 민병덕(민), 박상혁(민), 유동수(민), 이강일(민), 이인영(민), 이정문(민), 조승래(민), 천준호(민), 강명구(국), 강민국(국), 권성동(국), 김상훈(국), 김재섭(국), 유영하(국), 이헌승(국), 신장식(혁), 한창민(사), 윤한홍(국, 위원장)

22대 국회에서 처음 치러진 2024년 정무위 국정감사는 한 차례 파행(8일 권익위 국감)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순항했다. 여야는 배달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상 문제 등 기업들의 갑(甲)질 횡포에 대해서는 합심해 한 목소리로 질타, 개선점을 이끌어 내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같은 정치적 소재나 이념 문제에 있어서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렸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정무위가 민생과 맞닿아 있는 '신사 상임위'라 불리는 만큼 다수의 의원들이 탄탄한 준비와 열의를 갖고 정책국감을 만들어갔다.

점포주들과 일방적 계약해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감장에 2년 연속 소환된 아디다스코리아 관련, 여야는 기업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질타했다. 특히 아디다스와 점포 간 관계가 대리점인지, 가맹점 관계인지를 재판단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사건을) 서울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했다"며 "사실확인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헬기 특혜 의혹을 다루면서 관련 소방·의료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가 타당하단 결정을 내린 명확한 근거를 확실히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휘둘리는 기관이 아닌 중심을 잡는 기관으로 바로서야한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올해 국감에서는 초선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매 국감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오랜 시간 국감장을 지키며 작은 실생활 문제에서부터 굵직한 경제 이슈까지 발굴해내는 등 꾸준히 정책 국감 한길을 걷는 저력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모듈러 교실' 부실 시공 문제, 증가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장애인 여행객들의 해외 편의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문제 등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들을 국민 대신 지적해 준 것은 물론 부실한 전세대출보증의 무분별한 대위변제 문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조정 논의 필요성, 프랜차이즈 업체의 강제화된 납품대금 현금결제 개선 문제, 상호금융업계의 대손충당금 규제 강화 유예안 등 굵직한 문제까지 다뤘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안이 되는 중요 이슈를 선택하고 핵심 문제를 짚어내 피감기관장이나 증인들로부터 변화의 답변을 이끌어내는 등 초선답지 않은 노련함을 보여줬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지난 21일 국감에서 김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냈던 차등(우대) 수수료 상생안이 상위 60% 업체들에 대해 계속 9.8%의 높은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고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배민 측은 변경 고려 의사를 밝혀 주목받았다. 이밖에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자율규제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올해로 9번째 국감에 임하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피감기관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빌드업'해 나가며 국감의 교과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국감 첫날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 나서 교육부 직원이 검정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것이 잘못 아니냐는 추궁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또 보훈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는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추진 관련 실제 회의 서류를 받아 내 내용을 조목조목 짚으며 보훈부가 수 백억원대 기념관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더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정책수장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바쁜 당무일정 가운데서도 가급적 국감에 참석하려는 태도가 눈길을 끌었고 문제제기 뿐 아니라 대안제시까지 병행함으로써 정무위 국감 전반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외국계 법인들이 유독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띄고 있는게 외부감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며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외부감사대상으로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검토 답변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25일 국무조정실 대상 국감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관련 규제를 없애란 과감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 의무공개매수제, 지방 미분양 문제 등 중요 현안들을 두루 공유해 양질의 국감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직접 발로 뛰는 '김재섭표' 국감을 보여줬다. 직접 체험함으로써 유튜버 등 가운데 신종 금융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본인이 헬스장에 등록한 경험에 기대 최근 헬스장, 필라테스 센터의 '먹튀' 우려가 크다는 점도 전달, 기관장들로부터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를 증인 신청해 한국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을 납부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는 한편 유럽 등과의 수수료 차등을 두고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애플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무위에서 소상공인, 서민 등 약자 편에 서서 한결같은 질의를 이어갔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맘스터치' 모바일 상품권으로 결제시 6%의 수수료를 가맹점주가 떠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동전 맘스터치 대표를 향해 민 의원은 "맘스터치에서 모바일 수수료 전액을 가맹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이것을 본사와 분담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이밖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도 당국에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중진의 경제 전문가로서 국감 기간 내내 한 끗 다른 차원의 질문들로 기관장들을 경청케 했다. 나무 뿐 아니라 숲을 보는 식견을 보여줬는데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인구감소가 경제에 끼칠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산업은행이 단기적 요소에 따라 널뛰는 당기순이익과 과도한 정부배당으로 건전성이 위협받음으로써 결국 산업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경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성장 유망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이 리스크 관리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특유의 준비와 전달력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알기 쉽게 문제를 제기해 국감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선임과정 논란이 됐던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전 감사를 두고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라고 한 표현은 수많은 매체에 그대로 실렸다. 외식업계 식당 테이블에 설치된 주문결제 시스템의 수수료 문제를 두고 '제2의 배달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일부 상임위가 국감 도중 파행을 반복하거나 정쟁 이슈에 매몰돼 제대로 된 국감이 어려웠던 반면 정무위가 대체로 정책에 초점을 맞춰 순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양당 간사 역할이 컸다.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수시로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정책 국감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애썼다. 지역 상호금융권이 대손충당금 규제 강화 압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야 간사가 한 목소리로 규제 유예 검토를 촉구해 업권 호소에 힘을 싣는 장면도 있었다.

정무위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한 또 다른 공신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력으로 여야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여당 의원이라 할지라도 정부 기관이 확실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보다 더 큰 목소리로 질책해 바로잡도록 했다.

국민의힘에 속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의사진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권익위 국감에서 일부 위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차분하게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위원들의 질의를 모두 들은 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요한 대목을 다시 짚고 정리, 기관장에 특별히 살펴 검토 결과를 반드시 보고해 줄 것을 지시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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