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부터 이듬해 우수까지… 1년 내내 편지 써봐도 사랑은 알 수 없네
어떤 비밀
최진영 산문 | 난다 | 384쪽 | 1만7000원
역주행 붐을 일으킨 소설 ‘구의 증명’(2015)을 쓴 최진영(43)이 첫 산문집을 냈다.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해 그간 여덟 권의 장편소설, 네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골몰하는 작가다. 지난 7월 본지 인터뷰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요즘은 사랑하는 마음 그다음을 자꾸만 본다.”
산문집을 쓰게 된 계기도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2021년 말 제주로 이사했다. 제주 옹포리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연인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절기마다 편지를 썼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최진영의 이야기다. 지난해 3월 경칩의 편지부터 시작해 이듬해인 올해 2월 우수의 편지로 끝맺는다. 조만간 파주로 이사 와서도 이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사랑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며 “24절기 편지를 쓰는 내내 아무리 봐도 봐도 알 수 없는 게 사랑인 것 같다”고 했다. “미움이기도 하고, 오해이기도 하고, 착각이기도 하고 질투이기도 하고, 서운함, 억울함, 치사함, 외로움, 고통…. 모든 것이죠.”
마지막 편지 ‘오늘은 울고 내일은 올리브유를 사자’에는 ‘그’를 향한 너무 내밀한 사랑 고백을 적어두어 읽는 사람을 잠시 당황하게 한다.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버려도 되는 걸까? 올리브유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다른 것만 잔뜩 담아 온 두 사람은 ‘그러니까 내일은 꼭 올리브유를 사러 가자고 다짐하는 밤’을 보낸다. 녹진한 기름에서 따스하면서도 싱그러운 풀향이 감돌 듯, 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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