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암흑·바람 견디면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일 수 있대요
별 아저씨
한담희 글·그림 | 책고래 | 48쪽 | 1만4000원
잎을 떨궈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르르 떠는 것 같다. 찬 바람이라도 휭 하고 불 듯한 저녁, 아저씨는 선반을 뒤져 고이 모아둔 별의 씨앗을 꺼낸다.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야.”
홀로 노를 저어 별들이 잠든 밤의 강을 건너 별빛이 싹을 틔울 별밭에 도착한다. “씨앗을 심을 때는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어야 해. 은하수도 충분히 줘야지.” 별의 씨앗을 심는 아저씨의 손길이 바빠진다.
하늘 위 저 많은 별들은 누가 다 심었을까. 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별빛은 손 닿지 않는 데 멀리 있어 더 아름다울 테고,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울수록 더 밝을 것이다.
별을 심는 아저씨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도, 모든 걸 휩쓸어 갈 듯 거센 바람도 견딘다. 때론 우박처럼 쏟아지는 운석들의 매질도 감당하며 별이 싹을 틔울 날을 기다린다. 작은 등불처럼 별빛 하나 켤 날을 위해, 누구나 세상의 진창 위로 한 발 한 발 걸음을 떼고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번쯤 떠올려 봤을 법한 이야기 위에다, 단순해서 더 깊은 삶의 진리를 덧대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순한 선과 형태의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이 가득한데, 손에 든 작은 별은 초롱불처럼 아저씨의 얼굴에 진한 빛과 그림자를 만든다. 마침내 별밭 가득 별꽃이 피어날 때 읽는 사람의 마음도 환해진다. 이제 어디든 날아가 누군가의 가슴에서 빛나도록, 민들레 홀씨 불 듯 ‘후~’ 하고 불어 세상으로 내보낼 차례다.
오돌토돌 메마른 별밭의 분화구들, 반딧불이처럼 부드럽게 빛나는 별의 꽃잎들이 부들부들 만져질 것 같아 자꾸 책장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게 된다.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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