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구서 특감 여론전…윤 대통령, 시정연설 ‘패싱’ 가능성
여권 ‘특별감찰관’ 내분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시정연설은 국회 상황도 봐야 하니 두고 보자”며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시정연설은 원래 대통령이 할 수도 있고, 총리가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건데,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안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정연설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에 앞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예산안 내용을 국회 본회의에 나와 직접 설명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2014년도 예산안)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대통령이 매년 직접 연설, 관례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이었다.
올해 한 총리의 대독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최근 국회가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부인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걸 주도하는 등, 국정감사 내내 ‘대통령 부인 망신주기’ 논란을 키웠다. 시정연설 직전인 다음 달 2일에도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를 대규모로 기획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저주만 퍼붓고 있으니 대통령도 국회를 찾아 예우하고 싶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을 경우 “이미 꼬인 대야 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도 김 여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보수정당·우파의 대주주이고 저는 그 보수정당의 대표이자 CEO”라며 “(야권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고 이기기 위해서 변화·쇄신하려고 한다. 김 여사 관련 우려를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너희도 똑같지 않으냐’는 반문에 당당히 답할 수 없다면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란 말도 했다.
여론도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2%포인트 내린 20%였다. 9월 2주차 조사에서 기록한 최저치(20%)로 6주 만에 다시 회귀한 것이다. 부정 평가율 역시 70%로 6주 만에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건 ‘김건희 여사 문제’(15%)였다. 한국갤럽의 9월 둘째 주 조사 때만 해도 부정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를 지적한 비율은 3%였다. 그러다 6%(9월 4주), 14%(10월 2주)로 늘더니 15%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조사 결과에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 나가겠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나가겠다. 앞으로 민생과 개혁 과제에 더욱더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까지와는 달리, 한 대표에 대해선 공세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특감 추진은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던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감 추천 연계가 당론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저희끼리 얘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동훈 만난 MB “꼭 정권 재창출”=한편 한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한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빈소에서 30분 간 이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어려운 상황 잘 해결해서 정권 재창출을 꼭 하라.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고, 한 대표는 “잘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진·이창훈·윤지원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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