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9] 셰프의 무대
공연의 만족도를 증가시켜주는 요소 중에 ‘친숙감(familiarity)’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스토리를 잘 아는 작품에 대한 친숙감, 그리고 친구의 딸이 출연하는 경우처럼 배우에 대한 친숙감이 그것이다. 근래 인기가 높았던 ‘흑백요리사’에 뉴욕의 내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셰프 둘을 비롯, 아는 얼굴이 많이 보여, 그야말로 배우에 대한 친숙감이 첨가되면서 더욱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에 예약이 몰리고 호황이라고 들었다. 이런 프로그램을 계기로 불황인 외식계가 부활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시즌 2′가 이야기되지만 스튜디오에서의 쇼는 일단 끝났다. 이제 출연자들은 방송의 추억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자리를 지킬 때다. 그리고 그곳에서 못발휘한 실력을 발휘하고 요리에 관한 열정과 고객에 대한 환대의 마음을 전할 때다.
외국의 경우 셰프들이 유명해진 후에 온갖 TV 쇼와 행사, 심지어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보았다. 결국 그런 레스토랑들은 고객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다. 셰프가 TV에 나와 있는 시간만큼 본인의 식당은 병들어 간다. 그래서 셰프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TV 쇼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레스토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기대와 달라서 실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오히려 방송에 소개되지 않았더라도 비좁은 주방의 열기(熱氣)를 감당하며 늘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는 셰프의 레스토랑에 좀 더 맛있는 음식과 따듯한 환대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
셰프는 요리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업용 주방을 운영하면서 고객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건 셰프들이 TV 쇼에서 보여주었던 요리에 대한 정열,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 화면으로 봤던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다. 오픈 키친의 구성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하거나, 주방이 별도로 배치된 레스토랑이라면 고객들의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하면 좋다. 환대는 식당 운영의 가장 섹시한 부분이다. 음식은 맛이지만 레스토랑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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