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7일 걸렸다' 이성규→김영웅→김헌곤→박병호까지 쾅! 삼성, 대구에서 반격의 1승…레예스 107구 역투로 승리

신원철 기자 2024. 10. 2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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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의 4-1로 달아나는 홈런이 터진 뒤, 주장 구자욱이 박병호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삼성은 이성규와 김영웅, 김헌곤과 박병호의 홈런을 앞세워 KIA를 꺾었다. 2패 뒤 반격을 시작했다. ⓒ곽혜미 기자
▲박병호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신원철 기자] 전통의 명가 삼성이 9년 만에 대구에서 홈 팬들에게 한국시리즈 승리를 선물했다. 구장 효과를 100% 살린 장타지향 야구가 승리로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4-2로 이겼다. 2015년 1차전 이후 무려 9년, 일수로는 3287일 만에 대구에서 한국시리즈 승리를 올렸다. 타자친화구장에서 어떻게 점수를 내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팀답게 솔로홈런 4방으로 KIA를 눌렀다.

이성규가 3회 선제 솔로포를 날렸고, 김영웅이 5회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7회에는 김헌곤과 박병호가 한국시리즈 역대 9호 연속 타자 홈런을 터트렸다. 한국시리즈 1경기 4홈런은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데니 레예스가 7이닝 동안 107구 역투를 펼치면서 5피안타 1실점으로 KIA 타선을 제압했다.

▲ 선제 솔로포를 날린 이성규를 반기는 구자욱. ⓒ곽혜미 기자

#한국시리즈 1경기 4홈런 최다 타이기록

해태 (vs 빙그레) 1989.10.30 무등 4차전

현대 (vs 삼성) 2004.10.22 수원 2차전

넥센 (vs 삼성) 2014.11.8 목동 4차전

삼성(vs KIA) 2024.10.25 대구 3차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단 두 번 밖에 없었다.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013년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2패 뒤 1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시리즈 전적까지 뒤집었다.

20번 가운데 2번 뿐이었던 사례를 이미 한 번 경험한 삼성이 또 한번 극적인 뒤집기에 도전한다. 우선 2패 뒤 1승이라는 첫 번째 조건은 갖춰졌다.

▲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 ⓒ곽혜미 기자

#삼성 라이온즈 선발 라인업

김지찬(중견수)-류지혁(2루수)-강민호(포수)-르윈 디아즈(1루수)-김헌곤(좌익수)-박병호(지명타자)-김영웅(3루수)-이성규(우익수)-이재현(유격수), 선발투수 데니 레예스

박진만 감독은 "타순에 고민이 좀 있었다. 좌투수(에릭 라우어)가 나오고, 2차전에서 안타를 많이 치기는 했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짜다 보니 고민이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회의를 통하고 컨디션을 보고, 선수들 개개인적으로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그런 면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선발 라인업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서건창(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선발투수 에릭 라우어

이범호 감독은 타자친화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 3차전이 열린다는 점보다 상대 선발의 구위를 먼저 생각했다. 경기 전 브리핑에서 "레예스가 에이스다. 점수를 많이 뽑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앞에 장타력 있는 타자들이 많은 만큼 중요한 상황에 작전을 펼치기 위해 서건창을 먼저 1루수로 내보냈다. 초반에 기회가 왔을 때 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이성규 ⓒ곽혜미 기자
▲ 김영웅 ⓒ곽혜미 기자

2회까지 양 팀 모두 득점하지 못했다. 1회가 삼자범퇴, 2회 병살타로 이닝 종료라는 점까지 같았다.

KIA는 2회 1사 후 나성범과 김선빈의 연속 안타로 1, 2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서건창의 초구 공략이 1루수 디아즈의 빠른 대처에 병살타로 이어지면서 선취점 기회가 날아갔다. 삼성은 1사 후 김헌곤이 유격수 강습타구로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9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던 박병호가 풀카운트에서 3루수 병살타를 치면서 삼성 역시 선취점에 실패했다.

2패로 몰린 삼성이 3회 분위기를 바꿀 선취점을 얻었다. 8번 타순에 배치된 이성규가 2스트라이크로 몰린 가운데 선제 솔로포를 터트렸다. 이성규는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볼카운트 1-2에서 라우어의 5구 시속 151㎞ 직구를 목측 비거리 125m 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맞는 순간 홈런을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베이스를 돌았다.

삼성은 4회를 삼자범퇴로 마쳤지만 5회초 수비에서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기를 만들었다. 레예스가 나성범에게 우전안타,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주고 동점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2사 1, 2루에서 KIA 9번타자 최원준의 날카로운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안타성 타구였지만 좌익수 김헌곤이 슬라이딩캐치로 뜬공 처리에 성공했다.

수비에서 힘을 내고 홈런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영웅의 솔로 홈런으로 2-0을 만들었다. 김영웅은 볼카운트 1-0에서 라우어의 2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발사각 37.8도로 높이 떠오른 타구였지만 빠른 타구 속도로 비거리를 늘렸다. 타구는 목측 비거리 125m 홈런으로 이어졌다.

▲ 레예스 ⓒ곽혜미 기자
▲ 레예스 ⓒ곽혜미 기자

삼성 선발 레예스는 6회까지 리드를 지켰다. 5회까지는 실점하지 않았지만 6회 추격을 허용했다. KIA 타자들이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가운데 선두타자 박찬호를 내보내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무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막고, 김도영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김도영 타석에서 박찬호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하면서 위기가 계속됐다. 최형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실점은 레예스의 투혼을 막을 수 없었다. 삼성은 6회는 물론이고 7회도 레예스에게 맡겼다. 레예스는 7회 김선빈 서건창 김태군을 상대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고 1점 리드를 지켰다. 에이스의 투혼이 타선까지 살렸다. 삼성은 이어진 공격에서 김헌곤과 박병호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점수를 4-1까지 벌렸다. 한국시리즈 9번째, 포스트시즌 29번째 연속 타자 홈런이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올해 한국시리즈 11타수 무안타 부진에서 탈출했다. 박병호 포스트시즌 14호 홈런. 박병호는 두산 이승엽 감독이 현역 시절 세운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2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개, 준플레이오프에서 9개, 플레이오프에서 1개, 한국시리즈에서 3개의 홈런을 날렸다.

▲ 박병호 ⓒ곽혜미 기자
▲ 김헌곤 구자욱 ⓒ곽혜미 기자

4-1로 앞선 8회부터 임창민-김재윤으로 이어지는 삼성 필승조가 가동됐다. 임창민이 8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임창민은 1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좌익수 쪽 깊숙한 뜬공을 내줬지만 좌익수 김헌곤이 펜스를 등지고 잡아내 2아웃이 됐다.

2사 1루에서 김재윤이 4아웃 세이브를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김재윤은 김도영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최형우를 뜬공으로 막고 8회를 마쳤다.

9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 선두타자 나성범을 좌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김선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대타 한준수에게는 삼진을 솎아냈다.

김재윤은 대타 이우성에게 볼넷을 내줘 1,2루 위기에 몰렸다. 김재윤은 최원준에게 몸에 맞는 공을 줬고 만루 상황을 자초했다. 그러나 결국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재윤 ⓒ삼성 라이온즈

#2024 한국시리즈 전적

21일 1차전(서스펜디드 게임 23일 개최) KIA 5-1 삼성

23일 2차전 KIA 8-3 삼성

25일 3차전 삼성 4-2 KIA

KIA는 23일 하루 2승을 챙기면서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21일 개시한 1차전이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에서 우천 중단되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결정됐다. 22일에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서 23일 1차전과 2차전이 모두 열렸다. 삼성은 계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한 채 공격을 마쳤고, 결국 7회 폭투로 허무하게 역전당한 데다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무너졌다. 원태인의 5이닝 무실점 호투가 물거품이 됐다.

KIA는 7회말 공격에서만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묶어 4점을 뽑는 응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회 무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한 전상현이 1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곽도규(1⅓이닝)과 정해영(1이닝)이 뒷문을 닫아 5-1 승리를 지켰다.

23일 이어서 열린 2차전은 8-3, KIA의 일방적 승리였다. KIA는 1회를 무사 1, 2루 기회로 시작했다. 김도영의 땅볼로 선취점을 얻었고, 1사 후 4연속 안타로 5-0까지 점수 차를 벌리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삼성은 9회 2사 후 3연속 안타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매달렸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가 너무 컸다.

한편 25일 대구 3차전에는 일본 대표팀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과 요시미 가즈키 투수코치, 쿠바 대표팀에서 아르만도 욘슨 감독과 선수 5명, 쿠바 체육 연맹 차관과 야구협회 회장 등 임직원 2명이 방문했다. 한국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는 KIA와 삼성에는 모두 11명의 대표팀 예비 선수들이 속해 있다.

▲ 박병호 ⓒ곽혜미 기자
▲ 김헌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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