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한강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 논란…예술의 가치 vs 청소년 보호

박성혜 작가 2024. 10. 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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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국민에게 기쁨을 안겼는데요.


그런데 경기도 지역 학교들이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잇따라 폐기하거나 열람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작품이 묘사된 일부 장면을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성교육 도서로 지정을 한 건데 지나친 검열이라는 주장과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박은선 변호사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에서 채식주의자가 폐기된 게 최근에 일어난 일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을 뿐 지난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책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경기도의 초중고 학교 도서관들에서는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라는 명목으로 517종에 총 2,528건이 폐기됐고 또 총 3,340건이 열람 제한됐습니다.


지난 5월 강민정 의원실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폐기된 책들 중 채식주의자의 작가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이번에 수상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겁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 폐기나 열람 제한을 했던 명목이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한 성교육도서라고 하셨는데, 사실 이 채식주의자가 문학 작품이지 성교육 목적의 도서는 아니지 않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나 또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같은 문학 분야 도서들, 그리고 아동청소년에게 큰 인기죠.


'WHY 시리즈' 중에 인체편 이런 과학 분야 도서들도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로 분류가 됐습니다.


청소년의 성교육에 간접적으로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평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채식주의자를 보면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꽃 그림을 그린 다음에 성관계를 맺고 이거를 촬영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적절하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과 그 판단이 또 얼마나 심사숙고를 거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또 논란이 되는 부분이 도서들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강제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는데 어떻습니까?


이 학교들이 그렇다면 자율적으로 채식주의자를 폐기했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박은선 변호사 

저는 실질상 경기도교육청에 행정력이 발동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한 시민단체에서 경기도와 경기도의 학교들과 경기도 교육청에 '청소년 유해도서 분리 제거 협조 요청' 이런 제목의 문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문서에는 제거 요청 도서 148건의 목록이 첨부가 됐는데, 해당 단체는 이 책들이 "아동청소년에게 불필요한 성적 호기심과 왜곡된 성인식, 성적 가치관, 이성 가족관을 심어주어 어린 학생들에게 무분별한 성적 호기심 일탈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아동청소년 보호의 일환으로 이 책들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이런 요청이 있자 경기도교육청은 이 148건의 목록을 그대로 첨부해서 무려 3번이나 일선 학교들의 공문을 배포합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아무리 권고라고 해도 공문이 내려오니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서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는 걸 보면 당시에 학교장이 이 목록에 있는 책들을 폐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폐기해라 이런 말들을 하셨다고 하십니다.


결국 경기도의 학교들에서 채식주의자 등이 폐기되거나 열람 제한된 것은 경기도교육청의 공권력 행사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처분에 준하는 그런 행정지도를 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이다라고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결국 이 폐지 조치는 경기도교육청의 공권력 행사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어떻습니까?


이런 조치가 원래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조치인가요?


박은선 변호사 

폐기나 열람 제한은 사실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경기도 교육감의 권한 밖의 일입니다.


이런 지정은 여성가족부나 문체부 산하에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간행물윤리위원회 이런 곳에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보호법 제8조를 보면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도서, 영상 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고요.


제9조에서 이제 청소년 유해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수 있는 것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그 148권의 대부분이 이런 청소년보호위원회나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을 받은 바가 거의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 또 의미심장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에 전국 학부모 단체 연합은 19금 성인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보라고 할 수는 없듯이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한 연령 제한 있어야 한다 이런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은선 변호사 

이거는 약간 헌법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알 권리,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권들과 그리고 또 부모의 자녀교육권과 청소년 보호라는 기본권 및 가치,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 행복추구권 이 측면에서 보면 소설 채식주의자나 성교육 도서들과 관련한 제재 조치는 위법, 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일정 조치가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요.


다만 그 조치는 성에 대한 구체적 직접적 묘사가 있으면 무조건 도서를 폐기하는 등의 형식적 기준에 의한 일률적 조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 매체 심의 기준을 봐도 부분에 대한 평가를 할 때에는 '전반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된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있더라도 이 책의 전체적인 취지 속에서 이 그림이나 묘사가 어떤 의미인지 이렇게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현아 앵커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청소년 보호 그리고 예술의 가치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충돌하는 기본권과 가치들을 조율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저는 이번 논란은 각 시도교육청, 나아가서 교육부 차원에서 독서교육 전문가, 성교육 전문가 그리고 교사, 학생, 학부모 이런 교육 주체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성에 대한 묘사 등으로 문제되는 책들을 검토하고 또 살피고 또 대안을 찾는 그런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더라도 교육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책일 수 있고 또 학생들이 그 취지에 맞게 읽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르고 적합한 독서지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남자 둘이나 여자 둘이 사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교육 책의 경우 148권 중에 이런 책들도 있었는데요.


이것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그릇된 성교육 책인지 아니면 성정체성 문제로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성교육 책인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칫 학생들이 관련 삽화를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여기지 않도록 적합한 독서지도 방안이 마련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도서관에는 일정 서적들을 관리 도서로 분류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걸 활용해서 문학적 가치가 있지만 자칫 학생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거나 또는 충격과 마음의 불편함을 줄 수 있는 그런 책들은 교사의 지도가 필요한 관리 도서로 지정을 하고 사서교사 등 교사가 면밀하게 지도하면서 읽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하나 있는데요.


채식주의자 등이 정말 폐기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금서를 한번 읽어보자 이러면서 책담회, 독서회가 열리는 등 자발적인 독서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운동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이런 가치들과 그리고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를 조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많은 예술 작품이 금기와 논쟁적인 소재를 다루고 여기서 또 새로운 교육적 자산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 논란을 통해서 우리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필수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 지켜야 하는지 면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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