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미래칼럼] MZ는 모르겠고, 표는 얻고 싶어!

2024. 10.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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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24년도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

(서울=뉴스1) = 청년들은 왜 정치에 무관심한가?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항상 문제의식을 느껴왔던 부분이다. 왜 본인들과 관련된 사안임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나는 어떠한 고민도 없이 그들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혼자서 개탄스러워하기에만 바빴다. 21대 총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기대하던 바와는 달리 내 한 표가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보다는 나를 대변할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대의제를 통해 나를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고, 나의 의견은 국회라는 오늘날의 아고라를 통해 세상에 반영된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묻는다. 이만큼의 정치 효능감을 느껴본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2대 총선을 되돌아본다. 이전까지 떠들썩했던 MZ세대, 청년정치, 2030의 키워드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MZ 담론, 세대 정치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적을 감췄다. 정치권에서는 MZ 담론을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실체 없는 MZ를 마구 가져다 썼다. 이 시점에서 정작 우리가 얻은 것은 고정관념의 고착화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청년을 겨냥한 캠페인이랍시고 내놓은 문구는 그들의 생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기성세대 정치 앞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고까운 것이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표는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그들 앞 이기적인 돌연변이에 불과한 청년들은 MZ오피스의 '눈까리'로 정체가 드러났다. 몰상식한 행동은 곧 청년의 특징이 되었다. 미디어가 조명하는 MZ는 청년 역시 MZ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본인은 아닌 것처럼 이 담론에서 빠져나와 비난하기 시작했다. 결국 허울만 남은 MZ는 사람들의 인식 속을 표류하게 되었다.

청년들에게 정치란 '그들만의 리그'다. 빡빡한 현실에서 숨 돌릴 틈을 찾아보지만, 자아 의탁할 곳이 없으니 늙은 이념에만 의존할 뿐이다. 청년들은 공감도 안 되는 지역주의와 케케묵은 이념 정쟁에 왜 몸을 던지는가? 최루탄이 터지는 국회와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나는 동물 국회를 보고 자란 우리 청년들이 이를 다시 만들어내는 개탄스럽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치학을 전공한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다. 정치에서 만들어진 흑과 백의 이분법적 사고에 청년들은 제대로 걸려들었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나와 친구들조차 서로의 이념을 의심한다. 정치에 대한 내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란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에게 묻는다. 보수와 진보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위험한 가치인가? 우리는 쉽게 상대방의 성향을 추측하고 고정관념을 갖는다. 청년 역시 둘로 분열되어 21세기형 매카시즘에 얽혀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청년들 사이에서 보수의 품격은 무너졌고 진보의 가치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 무엇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여기에 저출산과 젠더 갈등의 책임은 모두가 전가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한 수 앞을 내다볼 수가 있겠는가?

청년정치의 대표 격이라 불리는 인물들은 새로운 가치나 사회 통합은 못 본 척, 못 들은 척 정치 지형 확보라는 땅따먹기 놀이에만 열중이다.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설득이란 전무하고 자기표현에만 열중이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익과 진영 싸움에 빠져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 그들에게 정치란 지배계급의 상징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배하는 정치보다 기능하는 정치를 원한다. 누군가와의 친분, 누군가와의 호형호제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운 전략이 한심하다. 청년들은 낡디낡은 '우리가 남이가'적 사고에 공감하지 않는다. 편 가르기로 지극히 감정 소모적인 일회성 화풀이는 그만두고 정치인으로서 가진 비전을 확인하고 싶다. 현안에 매몰된 미래가 가련하다. 누군가는 청년정치가 이념 없는 정치라고, 당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미꾸라지 물 흐리는 듯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는 앞으로도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가치, 이념, 전통의 스피커가 필요하지 않다. 시대는 바뀌었고 맞서 싸울 절대악의 존재가 모호해졌다. 이전의 가치가 지금으로선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 청년정치인에게 주어진 숙제는 정당의 이해대변인 역할 수행이 아닌 분열된 청년층과 사회 통합이다.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화염병과 돌을 던져라?" 시대와 맞지 않는 민망한 섀도복싱은 그만 보고 싶다. 어느 당을 지지해야만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념과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정치적 동원이 문제다. 피땀 흘려 세운 가치에 감사하되, 낡은 이념을 재생산하지는 않아야 한다. 반성과 발전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기득권은 누구인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좌우 이념의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헤매는 동안 한국의 시계는 자정으로 달려가고 있다.

정치를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었다. 정치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은 본인 의견을 대변할 줄도 모르고 있다. 신석기 시대가 구석기 시대를 보복하는가? 실체 없는 MZ에 낚이지 않는 청년정치가 간절해지는 이유다. '이기적인 너희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라는 식의 설득은 하등 쓸모가 없으며, 오히려 이런 망국론은 내가 무언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안도감마저 부여한다. 분열과 복수의 정치를 재시동할 뿐이다. 이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식 논리를 꺼낼 때가 아니다. 이 짧은 글이 청년들의 활발한 토론과 의견 공유의 첫걸음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기를 바란다. 청년들이 논의라도 시작할 수 있게, 기성의 정치에 도움을 촉구한다. 우린 미래를 살아야 한다. 그리고 통합된 미래를 그린다. 정치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이상을 제시해 주길 바라며 청년들은 오늘부터 술자리에서 맘껏 정치를 떠들길 바란다.

/이민영 24년도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

※청년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들의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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