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사람이 넘어지면…" 지금도 아찔한 지옥철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2024. 10. 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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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옥철이 일상이에요. 집이 회사와 떨어져 있으니 버텨야죠. 출근할 땐 늦지 않으려고 타니까 숨이 막히고 퇴근할 땐 지하철 1~2대를 보내고 타는 편이라 그나마 낫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기다리다 보면 문득 이태원 참사처럼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해 왕십리역과 광화문역 사이를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혼잡한 지하철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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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2년, 안전불감증 여전
김포라인 아침 정원 2배 넘어
9호선 급행열차도 '만성 과밀'
시민들 "안 탈수없으니 체념"
성수동 유명 연예인 참여 행사
인파 몰리며 교통사고 나기도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플랫폼에서 회사원들이 이동하며 붐비고 있다. 양세호 기자

"이젠 지옥철이 일상이에요. 집이 회사와 떨어져 있으니 버텨야죠. 출근할 땐 늦지 않으려고 타니까 숨이 막히고 퇴근할 땐 지하철 1~2대를 보내고 타는 편이라 그나마 낫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기다리다 보면 문득 이태원 참사처럼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해 왕십리역과 광화문역 사이를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혼잡한 지하철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말했다. A씨는 사람이 콩나물시루처럼 가득 찬 지하철에서 일시적으로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경험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감내하는 듯 보였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은 시민들 삶에서 일상이 됐다. 인파에 둘러싸여 회사나 학교를 오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여전히 시민들은 평소 생활 속에서 압사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며 살아간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보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호선 성수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출근할 땐 합정역에서 출발하는데 시내 방향 지하철은 항상 지옥철"이라며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성수역 섬식 플랫폼에는 상·하행선이 동시에 도착하면서 인파가 몰렸다. 인파 통제에 긴 줄이 생기면서 플랫폼에서 역 밖으로 나가는 데만 5분 정도가 소요됐다. '급행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9호선은 출근길 탑승객 통제를 위해 안전요원이 배치되지만, 평일 오전 8시 전후로는 인파가 몰려 한 명만 넘어져도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붐비는 열차 내에서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김포시·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김포골드라인(고촌→김포공항) 오전 7~9시 최대 혼잡도는 208%였다. 김포골드라인은 172명(1편성 2량 기준)을 혼잡도 100%로 계산하는데, 208%는 약 358명이 한 열차에 탔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김포골드라인에서 발생한 환자 수는 510명에 달했고 이 중 200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지난달 9호선 급행열차의 출근시간대(오전 7~9시) 혼잡도는 노량진역이 182%로 서울 지하철역 중 가장 높았다. 이어 동작역(179%), 여의도역(171%), 당산역(160%), 염창역(159%) 순으로 혼잡도가 높았다.

지하철 밖에서도 압사 사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위험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성수동에서는 한 명품 브랜드가 포토월 행사를 열었다가 구청 측 요구로 중단했다. 유명 연예인이 참석했다는 소식에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장 바로 옆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 인파를 피해 지나가던 버스와 차량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퇴근시간 분산 등 인구가 밀집되지 않도록 교통 체계를 설계하고 개인은 안전사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수도권 사람들은 매일같이 과밀함의 위험에 노출되는데 일상생활을 하며 유사시에 대비해 동선·시간 계획, 행동 지침 등 안전한 이동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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