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반도체 기업의 명암

iM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2024. 10. 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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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을 다루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협력해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반도체는 설계, 생산, 조립, 검사, 유통의 과정을 거친다. 과정 가운데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 기업도 있고, 팹리스와 파운드리 같이 특정한 역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도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엔비디아나 TSMC가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팹리스(Fabless)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설계를 제외한 웨이퍼 생산, 패키징, 테스트 등은 모두 외주로 진행된다. 외주를 통해 생산된 칩의 소유권이나 영업권은 팹리스에 있어 자사 브랜드(Brand)로 판매한다. 팹리스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공장을 갖추지 않고 설계에 주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시설 없이 뛰어난 아이디어(Idea)와 우수한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칩 개발에 집중한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기술적인 다양성을 갖는 시스템(System) 반도체가 팹리스의 형태를 가진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생산전문 기업이다. 생산공정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자체 제품이 아닌 수탁생산을 주로 하고 있다. 즉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직접 설계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제품을 대신 생산해 이익을 얻는 구조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수조원대의 막대한 시설투자 비용이 들고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해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든 회사들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체제로 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많은 팹리스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파운드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를 의미한다. HBM은 정보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며, AI 학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시스템 반도체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초거대 생성형 AI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원활하게 연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2021년 10월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2022년 6월 양산하기 시작한 4세대 제품 ‘HBM3’는 SK하이닉스가 AI산업에서 주도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만의 TSMC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존재감이 높아져 국제정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플레이어(Player)로 주목받는다. 수탁하여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차지해 2위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렸다. 난이도가 높은 칩이나 대기업 메이커는 TSMC에 부탁하지 않으면 생산할 수 없다. TSMC 고객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지만 고객인 팹리스 기업보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 강한 것이다.

TSMC에 생산을 맡기는 기업이 전 세계에 500개 정도이고 이들 기업과의 거래하는 것을 통해 전 세계의 반도체 수요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칩(Chip)의 집적도를 높이려면 회로선의 폭을 가늘게 하고 좁은 면적에 많은 회로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난이도가 높은 칩을 높은 수율로 생산하는 능력에서 TSMC를 넘어서는 곳이 없기에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때문에 TSMC와의 거래선으로 미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도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간에 주가와 실적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의 집합체로 데이터(Data) 학습. 추론에 특화한 고성능 반도체인 AI가속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팹리스)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HBM제조)와 TSMC(파운드리) 등 분야별 1등 기업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여타 기업들은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AI(인공지능)로만 집중되고 있어 이러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추세에 있다. 삼성전자는 AI분야에서 상대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어 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적이 저조해 유의미한 반등을 가져오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기다 TSMC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의 수주부진과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져 3분기 잠정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코스피(KOSPI) 시총 1위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체로서 소외된 이유라 보인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랠리(Rally)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증시도 변동성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증시만 박스권(Box)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증시의 호재가 국내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의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가 52주 신저가까지 내려가는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사이클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2월 중순 한국 전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미국의 엔비디아는 현재 한국증시 2배에 가까운 시가총액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미 연준은 물가안정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이미 나섰고,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AI 사이클(Cycle)을 중심으로 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기반한 산업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AI(인공지능) 투자사이클과 글로벌 주요국의 부양적 효과가 궁극적으로 국내 수출호조라는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글로벌 증시와 경제를 견인 중인 AI사이클은 일부 기업만을 중심으로 한 승자독식 게임(Game)의 성격을 지닌 동시에 산업적 특성상 낙수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부양책에 있어서도 통화정책이 부채 리스크(Risk)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중국의 산업이나 경쟁력 강화라는 호재도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 발 부양에 따른 낙수효과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제조업 부진이라는 글로벌 경기사이클을 대부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수 경기는 국가별로 온도차가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탄탄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소비경기가 양호하다. 고금리 여건에서도 주택경기가 견조하다는 점도 내수 경기를 지지한다. 반면 중국 내수경기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등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고용시장 부진이 현재 내수경기의 침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시장의 특징은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부양정책을 추진하였음에도 추세적인 상승보다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있다. 한국의 경우 내수경기 부진 속에 정책적인 지원도 부족해 보인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며 내부적인 갈등도 악재다. 부동산 시장이 일부 반등하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 국한된 현상으로 내수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NASDAQ)지수가 AI투자 사이클(Cycle)과 견조하고 양호한 소비경기, 금리인하 사이클에 따른 유동성 강화와 달러 강세의 우호적인 환경 가운데 지속적인 주가 상승흐름을 보인 반면, 중국 상하이 지수는 디플레이션 리스크(Deflation Risk)와 내수 부진 장기화, 미중갈등이라는 악재로 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 정책을 강화하고 경기부양 정책추진을 추진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증시는 내수부진 가운데 경기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출 모멘텀(Momentum) 둔화와 기업실적 부진, AI 산업 내 경쟁력 약화, 통화 및 재정정책의 부재,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하면서 코스피(KOSPI) 대표적인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조차 지속적인 하락의 움직임이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부각된 것과 중동정세 악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것도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야기하며 시장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글로벌(Global) 시장의 경제적 불확실성과 반도체 시장의 약세로 추가 하락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꾸준한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의 주가수준은 장기적인 투자가치를 고려할 때 매수유효 구간에 진입한 것은 분명 맞다.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수는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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